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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한우신]청계광장 주변 복지재단이 면세점 신청을 한다면…

입력 | 2015-11-20 03:00:00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는 사회복지재단이 많다. 특히 전국에 흩어진 지부들의 본부격인 사무실이 적잖다. 후원금이 필요한 사회복지재단들은 정부기관과 기업이 많은 도심에 자리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이 사회복지재단이 있는 건물의 일부를 빌려 면세점을 운영하면 어떨까. 특허권 만료 시내 면세점에 대한 후속 사업자 선정 기준을 놓고 따져봤다. 우선 1000점 만점에 150점을 차지하는 관광 인프라 부문. 면세점 입지로는 청계광장만 한 곳이 없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청계광장과 근처의 광화문광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청계광장 서쪽 끝에 자리한 일명 ‘소라상’ 조각물은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각종 문화 행사는 따로 유치하지 않아도 차고 넘친다. 정부 및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인 후원금을 받는 대형 사회복지재단의 경우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도 우수하다. 사회복지재단인 만큼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150점)은 만점을 기대해 볼 만하다.

약점은 있다. 300점으로 가장 배점이 높은 면세점 관리 역량 부문이다. 면세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으니 검증된 바도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관리 계획을 잘 정리해 계획서를 낸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14일 발표된 시내 면세점 후속 사업자 결과를 보면서다. 운 좋으면 사회복지재단이 신청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를 주관한 관세청은 공정한 심사를 내세웠다. 7월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당시에 결과가 미리 유출돼 주식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은 토요일을 발표일로 잡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관세청은 선정 결과만 발표했을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결과를 두고 심사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만큼 논란이 이어지는 지금까지도 그렇다.

이번 심사는 7월 신규 사업자 선정 때보다 정성평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심사 때 발표자로 나선 기업 임원은 심사위원으로부터 면세점 운영 능력이 아닌 오너 관련 이슈에 대한 질문만 받았다. 유통업계와 증권가에서 나돌던 특정 기업에 대한 소문도 결과적으로는 사실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이 정도로 셀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물론 심사가 정말 공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때를 잘 만나면 우리도 면세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런 생각이 애초에 자유롭게 경쟁하는 체제였다면 이상할 건 없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선정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벌어진 게 문제다. 특정 기업이 기막히게 운이 좋거나 나쁜 한때가 아닌 모든 기업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