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이 사회복지재단이 있는 건물의 일부를 빌려 면세점을 운영하면 어떨까. 특허권 만료 시내 면세점에 대한 후속 사업자 선정 기준을 놓고 따져봤다. 우선 1000점 만점에 150점을 차지하는 관광 인프라 부문. 면세점 입지로는 청계광장만 한 곳이 없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청계광장과 근처의 광화문광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청계광장 서쪽 끝에 자리한 일명 ‘소라상’ 조각물은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각종 문화 행사는 따로 유치하지 않아도 차고 넘친다. 정부 및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인 후원금을 받는 대형 사회복지재단의 경우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도 우수하다. 사회복지재단인 만큼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150점)은 만점을 기대해 볼 만하다.
약점은 있다. 300점으로 가장 배점이 높은 면세점 관리 역량 부문이다. 면세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으니 검증된 바도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관리 계획을 잘 정리해 계획서를 낸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심사는 7월 신규 사업자 선정 때보다 정성평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심사 때 발표자로 나선 기업 임원은 심사위원으로부터 면세점 운영 능력이 아닌 오너 관련 이슈에 대한 질문만 받았다. 유통업계와 증권가에서 나돌던 특정 기업에 대한 소문도 결과적으로는 사실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이 정도로 셀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물론 심사가 정말 공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때를 잘 만나면 우리도 면세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런 생각이 애초에 자유롭게 경쟁하는 체제였다면 이상할 건 없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선정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벌어진 게 문제다. 특정 기업이 기막히게 운이 좋거나 나쁜 한때가 아닌 모든 기업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