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누가 누가 잘하나’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이 나와서 동요를 부르는 방송인데 잘 불러서 예쁘고, 가끔 잘 못 불러도 예쁘다. 얼마나 예쁜지 저 눈빛 저 표정대로만 살아주면, 혹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다만 소망인 이유는, 어른의 세계는 ‘누가 누가 강하나’ 이런 타이틀을 단 프로그램 같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않고 강하게 살아야 ‘잘’ 사는 세상이라니까 물러 터지고 주저하는 사람들은 ‘잘’ 살기가 참 난감하다. 쉽게 잊기보다는 자꾸 뒤돌아보는 버릇이 있고, 짐을 버리기보다 짊어지는 습성이 남아 있다면 ‘잘’ 못 살고 있는 것인가 헷갈리기도 한다. 난감하여 손을 만지작거리고, 헷갈려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바치고 싶은 시가 있다. 둘 곳 없는 손을 잡아주는 대신, 쑥스러운 머리를 토닥이는 대신 다정하게 읽어주고 싶은 시가 있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