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불참땐 상 안주겠다고 하자… 영화배우들 사상초유 ‘보이콧’ 남녀주연상 후보 9人 전원 불참… 공정성 논란에 신뢰도 추락 ‘위기’
텅 빈 포토존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참석하지 않는 등 파행이 벌어졌다. 시상식 장소인 서울 여의도 KBS홀 앞에 마련된 포토존이 썰렁하게 방치돼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날 오후 7시 20분 서울 KBS홀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는 김혜수 엄정화 김윤진 전지현 한효주 손현주 황정민 하정우 유아인 등 남녀 주연상 후보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또 사전 투표로 이미 수상이 확정된 인기상 수상자 김수현, 공효진과 영화제 홍보대사인 최민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영화제에서는 불참한 ‘백감독’(본명 백종열·‘뷰티 인사이드’)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자 함께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한 이병헌 감독(‘스물’)이 대리 수상하며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잘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남녀주연상은 황정민(‘국제시장’) 전지현(‘암살’), 조연상은 오달수(‘국제시장’) 김해숙(‘사도’), 신인상은 이민호(‘강남 1970’) 이유영(‘봄’)이 각각 수상했다. 이 중 이민호와 이유영을 빼고는 모두 대리 수상했다.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해 신설된 해외 남녀주연상은 13일 “중국 배우 가오위안위안과 쑨훙레이가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미정”이라고 번복하더니 이튿날 다시 이들을 수상자로 확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국내외 온라인 투표는 유료로 진행해 “팬들을 장사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종상영화제가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당시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던 영화 ‘하늘과 바다’를 4개 부문 후보로 선정해 논란을 빚었다. 2011년엔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심은경이 불참 의사를 밝히자 시상식 당일 후보에서 누락시킨 바 있다. 2012년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5개 부문에서 무더기 수상하며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김종원 영화평론가는 “올해 파행은 대종상영화제가 영화 단체 간 이권다툼이나 파벌싸움의 영향으로 공정성, 투명성 논란을 겪으며 신뢰도가 추락한 탓이 크다”며 “무엇보다 투명한 심사로 신뢰성을 높이고 주관단체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부터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