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H&M ‘제3의 길’ 주목
요즘 의류업계의 큰 트렌드 중 하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기존 의류업체는 대개 1년에 6번 신상품을 출시한다. 반면에 자라, 유니클로, H&M 같은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1년에 24번,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신상품을 출시한다. 매장에 가면 항상 신상품이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이 같은 패스트 패션에 대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유통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함께 존재한다. 또 값싼 제품을 내놓기 위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착취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비판과 관련해 전 세계 패스트 패션 업계를 선도하는 스웨덴 기업 H&M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먼저 H&M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헌 옷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가 쇼핑백에 버리는 옷을 담아가면 나중에 H&M에서 4만 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수거한 헌 옷은 그 상태에 따라 원사로 ‘재활용’할지, 청소용품으로 ‘재사용’할지, 전 세계 중고 시장에 유통시켜 ‘재착용’ 목적으로 사용할지 결정한다.
소비자는 패스트 패션이라고 부르지만 H&M은 스스로를 패스트 패션 회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패스트 패션의 특징으로 통하는 ‘빠른 생산’과 ‘매일 다른 디자인’이 H&M의 핵심 역량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H&M은 ‘더 좋은 상품을 더 좋은 가격에’ 제공하고 ‘환경과 경제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패스트 패션과 지속 가능성은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단어지만 H&M은 하나하나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있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