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서거]영욕의 가족스토리
슬하에 2남3녀 1970년대 초반 찍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가족의 단란한 모습. YS와 손명순 여사(앞줄 왼쪽)는 2남 3녀를 뒀다. 하지만 차남 현철 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뒷줄 왼쪽부터 장녀 혜영 씨, 현철 씨, 3녀 혜숙 씨, 차녀 혜경 씨, 장남 은철 씨. 동아일보DB
나머지 잘한 일 하나는 민주화를 이룩해낸 일로 꼽는다. 평생의 과업이었던 민주화와, 손 여사와의 인연을 동렬에 놓을 정도로 부인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 자택 한쪽에 부인과 연애할 때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자주 바라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여사는 1951년 이화여대 3학년 재학 당시 YS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손 여사는 22일 오전 10시 15분경 YS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휠체어를 타고 도착했다. 황망한 표정이었다. 검은 상복 차림의 손 여사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부축을 받은 채 빈소에 들어섰다. 손 여사는 떨리는 손으로 국화 한 송이를 영정 사진 앞에 내려놓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손 여사는 65년 동안 남편 곁을 지키며 묵묵히 내조했다. 남편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조용히 보좌하는 ‘내조형’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1983년 23일간 목숨을 걸고 신군부에 맞서 단식투쟁을 벌일 때는 외신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알렸다. 당내 경선이 벌어질 때는 직접 대의원들을 찾아가 한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YS도 자신의 곁을 평생 지킨 손 여사를 끔찍하게 아꼈다. 그는 2011년 결혼 60주년을 맞아 회혼식(回婚式)을 열어 “아내 손명순은 화를 잘 내는 저에게 언제나 져 줬다. 김영삼의 오늘이 있음은 손명순의 한결같은 사랑과 내조 덕택이었음을 여기서 고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자리에서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참으로 고마웠어. 사랑하오”라고 말하며 손 여사에게 입을 맞췄다.
손 여사의 조용한 내조와 달리 차남 현철 씨는 YS의 대통령 시절 막후에서 각종 정치 현안에 개입하면서 ‘소통령’으로 불렸다. 1992년 14대 대선에선 선거 전략을 총괄했고 이후 문민정부에서 현철 씨의 말은 곧 대통령의 말로 통했다.
결국 현철 씨는 세금 포탈 혐의로 1997년 구속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재임 중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YS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인척 비리 척결과 각종 개혁을 강조했던 YS에게는 치명타였다.
YS와 손 여사는 현철 씨 외에 장녀 혜영 씨, 차녀 혜정 씨, 장남 은철 씨, 3녀 혜숙 씨 등 2남 3녀를 뒀다. 현철 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생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강경석 coolup@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