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서거]슬픔에 잠긴 주민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은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비통함이 가득했다. 골목 곳곳에는 고인을 기리는 조기(弔旗)가 내걸렸다. 독재정권 시절 가택연금부터 문민정부 첫 대통령 당선 및 퇴임 이후까지 김 전 대통령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상도동 주민들은 한때 상도동의 상징과 같았던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골목에서 만난 서채숙 씨(69·여)는 “나라를 위해 한마디해줘야 할 큰 어른이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며 애통해했다. 며느리를 들일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자택에 함께 찾아가 축하를 받았다는 서 씨는 “아버지 김홍조 옹(2008년 향년 97세로 별세)처럼 장수하실 줄 알았는데 젊어서 단식투쟁 등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택 근처에서 35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오석구 씨(67)는 “가택연금을 당해 집 안 마당 잔디밭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모습도, 대통령에 당선돼 동네잔치가 벌어진 일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TV 화면 속 김 전 대통령 관련 뉴스 속보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다녔던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1977년 5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충현교회 장로를 지냈다. 퇴임 후에는 경호 등의 문제로 방문하지 않았다.
문홍구 은퇴장로(80)는 “제5공화국 시절 때때로 장로들을 상도동으로 초대해 본인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보는지 묻곤 했다”며 “대통령이 된 뒤 올해까지 잊지 않고 연하장을 보낼 만큼 세심했던 분”이라고 전했다. 이 교회 신도인 이현숙 씨(75·여)는 “1987년 교회를 충무로에서 역삼동으로 옮길 때 김 전 대통령이 목사들이 강론을 하는 강대상을 기증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물질과 정신적인 봉사를 함께 실천하셨던 분으로 100세까지 사실 줄 알았는데 일찍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