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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먼저 인사해보세요

입력 | 2015-11-23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3>소통의 출발 “안녕하세요”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 베라 페스케 씨(34·여)는 요즘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을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다. 만약 프랑스에서 이랬으면 “매너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더 이상 굴욕을 견디기 어려워 결심한 것이었다.

1년 전 한국에 도착한 페스케 씨. 그는 집을 나서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 사는 남성을 만났다. 용기를 내 미리 연습해 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환한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 남성은 살짝 곁눈질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쳐다봤다.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페스케 씨는 “마치 내가 해선 안 될 행동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번 인사를 했는데 무시당했다. 알고 보니 한국에는 그런 인사문화가 없더라. 요즘은 아예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가 주민 5080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사지수’를 분석(2012년)한 결과 100점 만점에 23.58점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서 마주친 경비원에게 인사한다”, “이웃 주민에게 인사한다” 등의 항목에 ‘절대 하지 않는다’는 0점, ‘매번 한다’는 10점으로 응답한 것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다. 인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40%(1040명)는 ‘먼저 인사하기 쑥스러워서’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익숙하지 않다’는 의견이 28%(734명),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민망해서’라는 의견이 21%(559명)로 뒤를 이었다.

사생활 침해가 걱정된다며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한 박한영 씨(30·여)는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거나 인사하는 게 예의”라며 “그와 비교하면 한국은 유럽보다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파트 이웃을 2명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은 37.2%에 그쳤다. 한 명도 모르는 사람이 35.5%에 달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소한 일이지만 인사가 주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다”며 “물질적 자본이 해결하지 못하는 고독사나 사회적 소외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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