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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알카에다 ‘테러 주도권’ 경쟁… 더 위태로워진 세계

입력 | 2015-11-23 03:00:00

[지구촌 테러공포 확산]
IS 파리 연쇄테러 이어 알카에다 추종단체 말리 테러
IS, 옛 알카에다 조직 속속 흡수… 양측 세력확대용 테러戰 우려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파리 연쇄 테러’에 이어 일주일 만에 발생한 ‘말리 테러’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대 이슬람 테러집단의 경쟁에 따라 희생자들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 ‘무라비툰’은 20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 호텔에서 벌어진 유혈 인질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무라비툰은 ‘말리 알카에다’란 이름으로 된 성명에서 “무라비툰의 용감한 기사들이 예언자(무함마드)를 조롱한 서방에 복수했다”고 주장했다.

무라비툰(요새를 지키는 사람들이란 뜻)은 1040∼1147년 북아프리카와 스페인 일대를 장악했던 베르베르족 계열 이슬람왕조(스페인어로는 알모라비데 왕조)의 부활을 주장하는 테러조직이다. 조직 이름도 이슬람 왕조에서 따왔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서아프리카의 알제리 남부와 말리 북부를 거점으로 삼은 ‘서아프리카 지하드 통일 운동(MUJAO)’과 ‘물라타민(두건을 두른 사람들) 여단’ 2개 테러조직의 연맹체로 2013년 8월 결성됐다. 무라비툰은 올 3월 프랑스인과 벨기에인 등 5명이 숨진 바마코의 나이트클럽 총격사건과 올 8월 13명이 숨진 말리 중부 세바레의 한 호텔 인질사건 배후로 지목받았다.

지도자는 알제리 출신의 ‘애꾸눈 테러리스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43·사진)이다. 초대 지도자는 MUJAO의 아부바크르 알 나스리(마스리)였으나 2014년 4월 프랑스 정보당국에 의해 사살된 뒤 벨모크타르가 계승한 것으로 관측된다.

벨모크타르는 1991년 열아홉 살 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왼쪽 눈을 잃은 무자헤딘 출신이다. 현재의 왼쪽 눈은 의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귀국한 뒤엔 알제리무장이슬람그룹(GIA)소속으로 알제리 내전에 뛰어들었다가 2007년 GIA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로 통합되자 군사령관으로 참여했다. 2012년 AQIM 내부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자 AQIM을 탈퇴하고 물라타민 여단을 만들어 독자 행동에 나섰다. 2013년 1월 민간인 39명이 희생된 알제리 티간투린 천연가스시설 인질 참사를 벌여 국제적 악명을 얻었다. 그 후 여러 차례 사살설이 보도됐으나 번번이 건재를 과시해 ‘미스터 언캐처블’이란 별명도 얻었다.

IS와 알카에다의 ‘테러 경쟁’은 무라비툰 내부에서도 확인된다. 무라비툰은 올해 5월 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며칠 뒤 벨모크타르 명의의 성명으로 이를 부인했다. 그리고 여섯 달 뒤 알카에다 이름으로 대규모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다.

IS도 원래는 2004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출발했다. 하지만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이후 알카에다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세력화에 나서면서 과거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던 조직을 차례로 흡수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이집트 테러조직 ‘안사르 바이트 알 마끄디스(성스러운 집의 지지자들)’는 IS에 합류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11월 IS 지도자 아부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조직명도 IS 시나이 지부라는 의미의 ‘시나 윌라야트’로 바꿨다.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차드 일대에서 창궐 중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보코하람도 올해 3월 충성의 대상을 알카에다에서 IS로 바꿨다.

IS와 알카에다의 이 같은 헤게모니 경쟁은 지하디즘(이슬람 성전) 테러를 더욱 흉포하게 몰고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 테러집단의 헤게모니를 쥐려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테러의 표적이 더욱 광범위해지고 무차별로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국제 테러단체의 세력 경쟁으로 외국인과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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