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8월 4일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육군의 김정원 하사(23)가 오른쪽 다리를, 하재헌 하사(21)가 두 다리를 잃었다. 하 하사는 지난달 말 의족을 착용한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약 3개월 만에 다시 걷는다!”는 글도 남겼다. 그 얼마 전 김 하사도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빠밤! 섰다, 걷는다.” 의족에 기대 두 발로 서게 됐지만 이들의 재활은 이제 시작이다. 성인이 된 뒤 다리를 잃었기에 의족에 적응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떨어져 나간 다리가 마치 있는 듯이 느껴져 찾아오는 극심한 환상통도 견뎌내야 할 것이다.
하 하사와 같은 나이였던 21세 때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정진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 과장(49)은 “장애인이 됐다는 허망함에 한동안 술에 빠져 살았다. 삶을 끝낼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우연히 그해 개관한 세브란스 재활병원을 찾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보면서 큰 위안을 얻었고 그들을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휠체어농구를 하다 1989년 사격에 입문했다. 정 과장은 1994년 베이징 장애인아시아경기 사격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박승재 부장은 “두 분의 의사를 물어봐야겠지만 신인 선수 발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충분히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스키가 아니라 휠체어 농구나 사격 등 여름 종목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나라를 지키다 다리를 잃은 젊은이들이 불굴의 투지로 다시 조국을 위해 나선다면 이런 감동적인 드라마가 또 있을까. 물론 싫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종목을 불문하고 운동은 꼭 시작하기 바란다. 중도 장애인의 가장 효과적인 재활 수단은 운동이니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