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탈출 前대원들 증언 보도 정원 딸린 집에 자동차 제공… 월급, 전투요원의 7배 넘어 내부인력중 철저한 검증거쳐 선발… 미디어업계 일하던 외국인 포함 ‘참수’ 촬영도 카메라감독 권한
IS의 주무기 홍보전 이슬람국가(IS)의 홍보 영상은 감각적 편집과 영상 촬영 기술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아일보DB
2012년 9월 시리아에서 납치된 뒤 10번 이상 IS 홍보 영상에 등장한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IS의 심리홍보팀에서 일하다 전향해 모로코 교도소에 수감된 1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IS 미디어팀의 실체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모로코 정부의 허락하에 진행됐다. 이들은 “IS는 서구사회에 공포심을 심고 전 세계 신병을 유혹하는 홍보팀을 전력(戰力)의 핵심으로 여겨 각별히 대우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IS의 미디어본부는 시리아 알레포 인근 2층짜리 건물에 있다. 본부엔 촬영·전자장비로 가득한 방 8개가 있고 24시간 경호원이 대기하며 일반대원은 출입을 금지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카메라, 컴퓨터 등 각종 장비와 인터넷망은 터키에서 구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한 촬영, 기술, 해킹 기술자 100여 명이 미디어팀에서 일한다. 상당수는 미디어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던 화이트칼라 외국인으로, 미국인도 한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IS의 모든 영상은 조명, 음향, 편집 등을 고려해 수차례의 리허설을 거쳐 촬영된다. 또 다른 전직 카메라맨 아부 압둘라는 “다양한 각도에서 참수 장면을 찍은 뒤 괜찮은 장면을 골라 편집한다”며 “인질들이 단체로 사막을 걸어가는 장면은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촬영했다”고 했다. 또 “인질 참수는 카메라 감독이 ‘때가 됐다’고 말해야만 이뤄지며, 참수 이후엔 시신들의 굳은 피를 닦아내고 입꼬리를 고치는 등 원하는 모습으로 연출한다”고 말했다. WP는 “IS가 세련된 영상미는 물론이고 BBC방송 같은 리포트 등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IS가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조직과 달리 홍보에 막중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에 대해 WP는 “세력 확산 외에 실제 국가처럼 보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S가 장악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시장을 다니거나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일상을 영상으로 담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IS는 끊임없이 이미지를 가다듬으며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한다. 마치 코카콜라나 나이키 같은 대형 기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IS의 홍보 수장은 베일에 싸여 있다. 서방 정보당국은 IS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를 홍보팀장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부 전직 홍보대원은 30대 후반의 백인 미국인이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