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에 사는 40대 강모 씨는 국제전화로 추정되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전화 건너편 남성은 강 씨에게 “통장이 잘못 개설됐다. 곧 조성목 금융감독원 과장이 전화할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조성목 금감원 과장이라고 밝힌 남성의 전화가 강 씨에게 걸려왔다. 그는 강 씨에게 “은행에 있는 돈을 전부 찾아 현찰로 준비해 집에 보관하면 금감원 직원이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수상하게 여긴 강 씨는 금감원에 이런 사실을 알려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금융사기 대응을 총지휘하는 금감원 간부의 실명을 사칭한 보이스피싱까지 발생했다. 사기범은 ‘조성목 과장’이라고 직급은 다르게 말했지만 금감원에는 실제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을 총괄하는 조성목 서민금융지원국장이 있다.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14~20일 일주일간 조성목 국장의 이름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는 피해자의 신고가 금감원에 6건 접수됐다.
금감원은 “인터넷에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한 뒤로 금융사기범들이 녹음을 꺼려 통화시간을 짧게 한 뒤 현금을 갈취해 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