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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경상대, 총장 직선제 둘러싸고 내홍 심화

입력 | 2015-11-24 03:00:00

“임기만료前선거 약속 어겼다” 교수회, 총장퇴진 요구 단식농성
절차 놓고 직원협의회와도 충돌… 부산대, 총장 후보자 2명 선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 교육문화센터 건물에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총장 직선제를 지킵시다’라는 교수회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 대학은 총장 직선제를 놓고 구성원들의 갈등이 심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의 국립 거점대학인 경상대(총장 권순기)가 총장 직선제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교수회는 권 총장에게 “임기 전 선거한다던 약속을 어겼으니 물러나라”며 3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권 총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총장과 교수회, 교수회와 직원협의회가 서로를 탓하며 불신감을 나타내 후유증이 우려된다. 권 총장 임기 만료일인 12월 15일 이전에 새 총장을 뽑으려던 계획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대학 교수회 안성진 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은 17일 오후 2시부터 대학본부 3층 총장실 앞에서 권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간 ‘조속한 총장선거’를 촉구하는 텐트 농성에 이어 두 번째 ‘실력 행사’다.

안 회장 등은 “권 총장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임기 만료 이전인 12월 9일 선거를 치르기로 한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교수회는 “17일 학무회의를 거쳐 최종 심의기관인 대학평의원회에 ‘경상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 규정’ 및 시행세칙을 상정한 뒤 18일 진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장 선거를 위탁하기로 돼 있었는데 권 총장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지기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대학의 대외 공신력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권 총장의 말은 다르다. 그는 19일 대학 구성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본인은 직선제를 수용하고 성실하게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며 “다만 학무회의 상정의 사전 단계인 ‘법제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는 과정이 여러 가지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제심의위원회 담당 부서인 총무과에서 대학 기획위원회가 다룬 총장 선정 규정 및 시행세칙 심의안에 미비 사항이 있다는 이유로 두 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기획처는 보완 자료를 보낸 상태라는 주장이다.

권 총장은 “고의로 선거를 지연시키는 것처럼 왜곡하며 퇴진 요구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교수회를 비판했다. 안 회장 등은 권 총장 서신 발송과 주위 만류에 따라 19일 일단 농성을 풀었다. 이에 앞서 권 총장은 이달 초 교수회와 진주시 선관위에 “본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총장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법제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총무과 관계자는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한 뒤 빠르면 25일경 법제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수회와 직원협의회도 마찰을 빚었다. 서류와 절차를 따지려는 사무직원과 업무처리에 속도를 내려는 교수회가 충돌하면서 불미스러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상대는 9월 8일 전체 교수 투표에서 681명 중 571명의 찬성으로 총장 직선제를 결의했다. 10대 총장후보로는 권 총장(56)과 공대 마대영(59), 자연대 이상경(59), 인문대 이영석(58), 의대 한종우 교수(59)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부산대는 17일 제20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를 통해 71.3%를 득표한 전호환 교수(57·조선해양공학과)와 정윤식 교수(60·통계학과)를 각각 1, 2순위로 선출했다. 총장 직선제를 부활시킨 국립대 가운데 처음이다. 이의 제기 절차와 부산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논문 검증을 거친 뒤 12월 9일경 교육부에 무순위로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로 추천된다. 교육부가 대학 의견을 존중해 국무회의에 임용 제청을 하느냐가 큰 관심사다.

강정훈 manman@donga.com·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