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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 주범, 눈앞서 두번 놓쳤다

입력 | 2015-11-24 03:00:00

벨기에 경찰 검거작전 ‘구멍’




벨기에 연방검찰은 23일 “수도 브뤼셀 전역과 벨기에 남부 도시에서 이틀 동안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여 테러 용의자 22명을 체포했으며 화학무기 제조에 쓰는 화학물질과 총기류를 대량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테러의 주범으로 검거작전의 핵심이었던 살라 압데슬람(26)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2일 오후 7시 30분께 벨기에 동부 리에주 인근에서 BMW 차량을 탄 압데슬람을 발견했으나 놓쳤으며, 이후 독일 쪽으로 달아난 그는 바숑 지역에서 다시 한 번 경찰의 검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리 테러범 중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에서 자폭한 세 번째 용의자도 ‘위장 난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정부는 그가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지난달 3일 그리스 레로스 섬에 들어온 ‘무함마드 알마흐무드’라며 신원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경기장 앞 맥도널드에서 자폭한 프랑스 국적의 빌랄 하드피(20)의 신원도 공개했는데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 중 가장 나이가 어려 ‘동안(童顔) 자폭 테러범’으로 불려왔다.

‘이슬람국가(IS)’는 이날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폭파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속에서 에펠탑은 서서히 기울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앞에서도 폭탄이 터진다. 13일 파리 테러 이후 로마, 뉴욕, 워싱턴, 백악관에 이어 벌써 다섯 번째 협박 영상이다. IS의 협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미국 시카고에선 100층짜리 존행콕센터 빌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테러로 오인한 시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2일 미 정부가 IS를 격퇴하기 위해 국제연합군이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미군 특수부대원 지상군 수십 명을 시리아로 공식 파병한 가운데 18일 프랑스를 떠난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은 23일 지중해 동부 시리아 연안에 배치됐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샤를드골함의 가세로 시리아 IS 공습능력이 3배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영국은 샤를드골함을 지원하고자 해군 전투함 ‘HMS 디펜더함’을 파견한다고 밝혔고 중동에 배치될 미 해군 핵 항공모함 해리트루먼 전단도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육군도 지난달 초부터 시리아 정부군이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해 온 북서부 라타키아와 이들리브 주 사이의 알갑 평야에서 지난 주말 T-90 탱크와 러시아 공군전투기 수호이25M의 지원을 받으며 단독으로 지상전을 벌여 이슬람 반군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한 17일 IS의 본거지인 시리아 북부 락까에 대한 공습에 최신예 크루즈(순항) 미사일인 ‘Kh-101 미사일’ 34발을 실전에 처음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는 ‘Kh-101’의 최대 사거리는 9600km로 오차범위는 9.1m에 불과해 초정밀 타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23일 프랑스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파리 테러로 90명이 숨진 바타클랑 극장을 찾아 헌화했다. 올랑드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엘리제 궁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S에 최대한의 피해를 가하도록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며 “잔인한 IS에 맞서고자 양국은 힘을 합치겠다”고 선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캐머런 총리와의 회담을 시작으로 24일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5일에는 파리를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6일에는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IS 대응방안을 의논할 계획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번 테러 이후 지난달보다 7%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IS 공습에 나선 러시아를 지지하면서도 자국은 공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우리는 시리아 문제는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인 판징후이(樊京輝) 씨가 최근 IS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도 IS 격퇴전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