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과 함께 하는 꼭 알아야할 법률상식]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경우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동아일보DB
임영익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배우자 부정행위는 이혼 사유
최근 방송 출연 등 활발한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한 변호사와 유명 여성 블로거 사이의 스캔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 사진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당사자 여성은 세간의 불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불륜의 기준은 잠자리’라는 발언을 해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 성관계 없어도 부정행위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성관계가 없어도 부정행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부정행위란 ‘혼인 후 부부 일방이 부부의 정조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일체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혼사건 중에는 간통은 물론이고 간통에 이르지 않아도 부정행위가 인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가령 다른 이성과 성관계는 없었지만 한 방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거나, 진한 스킨십을 했을 때, 서로의 집에 드나들었을 때, 자주 만나 데이트나 여행 등을 했을 때, 사창가를 전전했을 때 등은 부정행위로 인정될 확률이 큽니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혼인 후 배우자가 자신의 의지로 행한 일탈행위를 의미하므로 강간에 의한 피해 등 자의에 의하지 않은 성관계나 스킨십, 혼인하기 전에 한 다른 이와의 성교, 동거 등은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부정행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사한 사례라도 부정행위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실제 입증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가 발달한 최근에는 다른 이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주고받은 애정표현이 담긴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메신저 등이 증거가 되어 부정행위로 인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 부정 알면 6개월 내에 이혼 청구해야
사례에서 A 씨는 남편 B 씨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 B 씨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사진,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를 제기하면서 법원에 B 씨의 휴대전화 통신기록 조회를 위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청구를 하는 때에는, 부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혹은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때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혼인을 흔히 ‘인륜지대사’라고 하지만, 혼인 역시 법적으로는 일종의 계약입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가 서로에게만 충실하고 상호 부양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이상, 그 의무를 저버린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