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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평정’ 이보미의 성공을 이끈 세가지 힘

입력 | 2015-11-25 05:45:00

이보미에게 아버지와 같은 스승 조범수 코치(오른쪽). 어릴 적 호랑이 같던 스승은 어느덧 누구보다 든든하고 포근한 존재가 됐다. 스포츠동아DB


■ 1. 조범수 코치 2. 후원사 3. 무한 긍정

조코치 고3때부터 아버지 같은 스승
노부타그룹·시게노리 캐디 지원 큰힘
실패를 도전으로 바꾼 힘 “할 수 있다”

이보미(27)가 일본 프로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22일 JLPGA투어 다이오제지 에르에리오픈에서 시즌 7승째를 거두며 일본 프로골프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했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하고 2011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보미는 5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성공의 힘은 무엇일까.

아버지 같은 호랑이 스승님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이보미에게 스승 조범수(63) 코치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둘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조 코치를 찾아갔다. 조 코치는 이보미를 혹독하게 가르쳤다. 실력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선수가 될까봐 일부러 더 고된 훈련을 시켰다. 그 때문에 이보미는 조 코치를 ‘호랑이 같은 스승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무섭기만 하던 스승님은 언젠가부터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이 됐다. 작년 9월 아버지를 여읜 이보미는 기댈 곳이 많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조 코치는 아버지 같은 든든한 스승이 됐다. 15일 JLPGA투어 이토엔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일본 여자골퍼로는 최초로 상금 2억엔 돌파에 성공한 이보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스승의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안아줄 때만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스승님의 품에 안기는 순간 아빠 생각이 나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스승님은 나에게 아빠와 같은 존재다.”

3년 전부터 이보미와 찰떡호흡을 이루며 일본에서 기록한 15승 중 절반 이상을 합작한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왼쪽). 사진제공|르꼬끄골프


베테랑 캐디와 후원사들의 전폭적인 지원

2011년 일본 진출 첫해. 이보미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현지 에이전트와도 잘 맞지 않았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투어를 병행해야하는 부담도 있었다. 그런 불안정했던 생활은 2013년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가장 큰 힘이 된 건 지금의 메인스폰서인 노부타그룹을 만나면서부터다. 골프장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이보미만을 위한 매니지먼트사 설립이다. 노부타그룹은 이보미를 위해 2013년 말 노부타엔터프라이즈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특별관리를 시작했다. 소속 선수는 이보미 뿐이다.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41)도 이보미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시게노리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캐디다. 3년 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둘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기록한 15승 중 절반 이상을 시게노리와 이뤄냈다.

이 밖에도 클럽을 후원하고 있는 혼마골프는 이보미를 위한 전담팀을 꾸려 힘을 실어주고 있고, 웨이트트레이너인 와타나베 아루야와 매니저 유아야 씨는 이보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뒤에서 힘이 돼주고 있다.

● 무한 긍정의 힘

“난 할 수 있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상금왕을 목표로 내건 이보미는 한번도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긍정이야말로 이보미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10월 중순 일찍 상금왕을 확정지은 이보미는 JLPGA투어 최초로 한 시즌 상금 2억엔 돌파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했다.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10월25일 열린 마스터스GC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머물면서 2억엔 벽을 넘지 못했다. 곧바로 귀국해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2억엔 돌파를 위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11월8일 끝난 토토재팬클래식에서 공동 54위로 시즌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보미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경기 뒤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망가지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대회에서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말은 현실이 됐다. 이토엔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JLPGA투어 최초로 한 시즌 상금 2억엔 돌파에 성공했고, 일주일 뒤엔 다이오제지엘리에르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프로골프 통산 최다 상금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보미는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 진다. 할 수 있고 꼭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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