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서거]빈소-분향소 조문 발길
24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기리는 발길이 사흘째 이어졌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등 상도동계 인사들은 몰려드는 정재계 조문객을 맞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빈소를 지켰다.
YS와 한 시대를 함께한 정계 인사들은 내빈실에 모여 그의 업적을 기렸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하나회 척결을 언급하며 “(YS 집권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60만 병력을 가진 군을 숙청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3당 합당을 거부한 채 ‘꼬마 민주당’을 주도해 한때 YS의 정적으로 남았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도 “4·19세대는 YS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4·19가 혁명인지 논란이 일었을 때 YS 정부의 결정으로 혁명으로 정리가 됐다는 얘기였다. 동교동계 인사인 김옥두 전 의원도 “DJ를 모신 마음으로 YS를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화해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김 전 대통령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 222곳(정부 대표 1곳, 지자체 221곳)에 24일 오후 2시까지 방문한 조문객은 6만7717명이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의 김 전 대통령 생가 옆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24일 후배들이 합동 조문을 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김 전 대통령(7회)의 모교인 장목초등학교(교장 민수현) 재학생 68명이 학교버스 2대에 나눠 타고 분향소를 찾았다. 주정희 교무부장 등 인솔교사 6명과 함께 헌화 분향한 6학년 배현진 군 등은 머리 숙여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광주시청 내 분향소에는 23일 오전 7시부터 24일 오전 9시까지 조문객 1299명이 방문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5월 광주의 한을 풀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많은 시민이 분향소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조문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이날 김 전 대통령(3회)의 모교인 경남고 분향소에서는 경남 통영중 동기인 김명곤 씨(88)가 “남은 친구라곤 당신과 나 둘뿐이었는데 이제 혼자 남게 됐다”며 ‘명복을 기원합니다’는 글을 적은 뒤 눈물을 훔쳤다. 마쓰이 사다오(松井 貞夫) 재부산 일본총영사는 이날 부산시청 1층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한국 현대사에 큰 업적을 남기시고 부산시민, 한국 국민의 사랑을 받으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부산지역 12개 분향소에는 이날 7000여 명이 조문했다.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2980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이날 분향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며 시민들을 맞은 이들은 민주화추진협의회 회원 50여 명이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덕룡 전 의원, 정병국 의원 등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인사가 어우러져 함께 조문 온 시민을 맞이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상도동계 인사들이 함께 상주 노릇을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전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