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꿈을 주다’는 TV 속에 갇힌 채 유년 시절을 보낸 유코가 주인공이다. 일본 WOWOW TV 화면 촬영
올해 5월 일본에서 방영된 ‘꿈을 주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데뷔부터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대중이 알 수 없는 유코(고마쓰 나나)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엄마(기쿠치 린코)는 이루지 못한 꿈 대신 유코에게 집착한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지쳐 떠났다. “손톱을 보여주세요” “치열도 손끝도 깨끗하네요” 같은, 마치 가축시장 흥정 같은 대화가 오가는 오디션장과 싫다는 아이에게 굳이 짧은 치마를 입히는 광고 촬영장을 견뎌야 한다. 처음 사귄 연예계 친구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유코의 모습은 곧 친구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가련함으로 포장돼 그의 주가를 올리는 도구가 된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친구는 그를 쉽게 팔아넘긴다.
한 아이의 인생을 빨아먹어 배를 채웠던 미디어와 대중은 유코가 해명하는 순간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유코를 처음 캐스팅했고 유코가 가장 의지했던 광고 기획자 무라노(오다기리 조)의 설득에 유코는 스캔들 뒤 처음으로 토크쇼에 출연한다. 약속과 달리 비난조의 질문을 쏟아내는 진행자 앞에서 유코는 마침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TV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드라마 속 유코의 탈주극은 미완성으로 끝난다. 드라마 말미에 등장하는 식품회사 CF에는 유코의 부모와 유코 자신, 유코의 딸 등이 함께 등장한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사랑받아 왔다’는 식품회사 CF의 카피처럼, 스타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