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5>여전한 도서관 얌체족
23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열람실 내 좌석 예약이 되지 않은 자리에 책과 노트북 등이 놓여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23일 오후 3시 반.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제3열람실 좌석 예약 현황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도서관 아이디를 발급받아 좌석 배정기에서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예약된 자리에 실제 앉아 있는 사람은 67명뿐. 빈 좌석에는 사람 대신 책이나 옷, 가방이 놓여 있었다.
두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120개 좌석이 예약된 것으로 나왔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은 71명. 앞서 확인한 빈 좌석은 대부분 그대로였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30)는 “기업 공채 시즌 등 이곳이 꽉 찰 때가 많다. 가방만 올려놓고 나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괘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2시 반 도서관 제3A열람실은 198개 좌석이 예약된 것으로 나왔지만 53개 좌석에는 사람이 앉아있지 않았다. 오후 4시까지 빈 좌석을 지켜봤지만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은 한두 명에 그쳤다. 예약되지 않은 자리에 물품이 놓여 있는 곳도 80석이나 됐다. 예약 후 이용 가능한 시간(3시간)이 지났는데도 물품을 그대로 놔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 재학생 신모 씨(23)는 “예약하고 들어갔다가 물품을 보고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먼저 열람실에 들어가서 빈 좌석이 어딘지 파악한 후에 자리 예약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연세대 이과대 대학원생인 황정환 씨(26)는 “예약 시스템이 없는 열람실에서는 시험 기간 내내 책을 쌓아놓고 자기 자리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과대 학생회가 중심이 돼 사석화된 자리의 물품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2008년부터 상습적으로 자리를 사석화하는 학생은 30일간 도서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자료 대출을 제한한다.
김정규 서울시립대 중앙도서관 사서과장(58)은 “모두가 필요한 시간만 이용한다면 굳이 사석화를 할 이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