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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지친 그대, 금융 일은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입력 | 2015-11-26 03:00:00

금융투자업계 힐링캠프 붐… 스마트폰 끄고 명상-산책 재충전




이건혁·경제부

“사흘간 절 찾지 마세요.”

최근 만난 삼성자산운용 관계자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습니다. 늦은 휴가를 가나 싶었는데, 회사에서 보내주는 2박 3일 ‘힐링캠프’에 참여한다는 겁니다. 캠프가 열리는 곳은 전화는 물론이고 문자메시지도, e메일도 받을 수 없는 강원도 깊은 산속입니다. 회사는 캠프 참여자에게 ‘전파도 안 터지는 곳이니 마음 편하게 휴대전화를 놓고 오라’는 안내문까지 보냈습니다.

매일 실적으로 평가받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사흘씩 자리를 비우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휴가를 가도 고객이나 거래처의 요청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 이 업계 종사자들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시장 전망이 불확실할 때는 휴가를 쓰는 것마저 불편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도 삼성자산운용은 일반 직원은 물론이고 펀드매니저, 리서치센터 연구원까지 약 250명의 전 직원을 예외 없이 캠프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명상, 요가, 산책이 전부.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밀린 잠을 자도 됩니다.

2013년 이 프로그램이 도입됐을 때 “힐링은 사치”라던 직원들이 이제는 “또 가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높은 호응 때문에 삼성자산운용은 직원들이 모두 한 번씩 참여하면 끝내려던 힐링캠프를 아예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도 임직원 중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직원에게 1박 2일 템플스테이 형식의 힐링캠프를 권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까지 운영했던 1박 2일 ‘리프레시’ 연수의 부활을 검토 중입니다.

돈을 만지는 금융권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원은 금융 사고를 내거나 이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이익을 많이 못 내도, 직원들의 마음을 돌본다는 감성적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성과주의에 짓눌린 금융사들이 꽁꽁 언 직원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