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북적… 소비 회복세 뚜렷 공항은 여행객으로 발디딜 틈 없어… “움츠러들면 테러에 지는 것”
25일 오후 미국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 2층 출국장.
공항 경찰들이 곳곳에서 총을 차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국내외로 떠나려는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대형 항공사 창구에는 짐을 부치려는 승객들이 1시간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가족들과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로 간다는 조시 골드버그 씨는 기자에게 “아직 딱히 테러 위협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테러 후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26일) 연휴를 맞은 미국인들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테러 직후 일부 백인이 미국 내 이슬람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수감사절을 앞두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여행과 쇼핑을 즐기고 있다.
워싱턴 인근 최대 쇼핑몰인 버지니아 주 매클린 타이슨스코너센터는 이날 오전부터 블랙프라이데이(27일)를 앞두고 혼잡을 피해 일찍 쇼핑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폴로 랄프로렌’ 등 유명 의류 매장은 ‘50% 할인’ 현수막을 내걸고 손님 끌기에 한창이었다. 의류 브랜드인 ‘애버크롬비’ 매장에서 만난 직원 제시카 로런스 씨는 “파리 테러 직후 손님이 잠시 주춤했지만 추수감사절을 앞두고는 다시 손님이 크게 늘어 정신이 없다. 이미 오늘 오전에 파카 등 일부 겨울철 의류는 동났다”며 웃어 보였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당초 예상보다 큰 흔들림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위협이 만성화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테러 위협이 미국인들의 삶에 일종의 ‘뉴 노멀’이 된 셈. 매클린에 사는 제니퍼 트로이 씨는 “지난해에도 IS가 백악관을 테러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이 위협한다고 미국이 움츠러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테러 능력에 대한 신뢰도 미국인들이 별다른 동요 없이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요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마친 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등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 연휴를 평소처럼 보낼 것을 당부했다. 9·11테러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테러 위협 속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 정보가 없다”며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정부가 국토 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테러 위협이 있을 경우 이를 국민에게 곧바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