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7>2015년 연말엔 보고싶지 않은 추태
일하는 술집 앞에서 토사물을 치우던 아르바이트생 김모 씨(29)는 “토사물은 이상하게 잘 보이는 곳에만 있다. 물을 먼저 뿌리고 빗자루 질을 해야 하는데 매번 너무 역겹고 하기 힘든 일”이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술에 관대한 문화 속에서 매일 밤 대학가와 유흥가는 취객의 추태로 얼룩진다. 명문대 학생이나 양복 차림의 중년도 예외가 아니다.
맥주 소주 양주 막걸리 폭탄주…. 갖가지 종류의 술을 밤새 마신 이들이 만들어 내는 ‘무법천지’ 때문에 한 하숙집은 “노상방뇨× 구토× 성질× 같은 3층 아저씨 내려오면 책임 못 진다”는 경고장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인지 하숙집 문 옆에는 토사물을 치우는 데 쓰는 오래된 빗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양복을 입은 50대 남성은 술기운 탓인지 차도로 내려와 양팔을 벌린 채 차량을 막기도 했다.
알코올의존증 치료 전문병원인 카프병원 알코올치료센터의 하태성 진료과장은 “술에 취하면 뇌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자제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구토는 인체가 알코올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생리작용이기도 하다. 과도한 알코올을 감지하면 인체는 위를 쥐어짜서 구토를 일으킨다. 하 과장은 “결국 과음과 폭음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남에게 마시라고 강권하지 않고, 자신의 주량을 정해놓고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공장소 지하철 버스 등을 더럽히는 구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위생봉투를 들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직장인 박모 씨(31)는 “연말 술자리에서는 술을 좀 자제하고 가방에 위생봉투라도 넣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1일 서울 강남역에서 고교 동창과 양껏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면서 택시를 3번이나 세우고 길에 토한 뒤 얻은 깨달음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