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순이 잘 자라” 손 잡아주던 64년 동반자와 영원한 이별 휠체어 탄 채 묵묵히 자리 지켜
[오후 1시 35분 광화문 거쳐] 서울대병원을 출발한 운구 행렬이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실은 차량을 선두로 광화문 앞을 지나고 있다. YS는 재임 시절인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오후 3시 5분 국회 영결식] 국회에서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엄수되는 가운데 YS의 생전 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이날 눈발이 휘날려 참석자들은 우비를 착용한 채 행사를 지켜봤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후 4시 30분 상도동 자택]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끝난 뒤 YS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에 도착한 손자 성민 씨가 고인의 영정을 품에 안고 있다. 성민 씨 왼쪽에 YS의 차남 현철 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이날 사저 앞에는 YS를 추모하는 이웃 주민과 취재진이 몰려 골목이 가득 찼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후 5시 10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운구 행렬이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한 뒤 의장대원 10여 명이 관을 들고 안장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눈발 흩날리는 영결식… YS 장남도 참석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YS)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걸 아쉬워하는 듯 눈이 내렸다. 앞줄 왼쪽부터 YS의 차남 현철 씨, 장남 은철 씨, 손명순 여사, 황교안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경상도 섬 사나이는 아내를 ‘맹순이’라고 불렀다. 아내가 “애들도 있는데 왜 자꾸 이름을 부르느냐”고 하면 “내가 안 불러주면 누가 맹순이 이름 불러 주노. 니도 내한테 ‘영삼아, 영삼아’ 해라”라고 농 섞인 말을 했다. 잠자리에 함께 누울 때는 늘 “맹순이 잘 자라” 하며 손을 꼭 잡았다. 동갑내기 아내는 그런 그에게 늘 깍듯한 존댓말을 했다.
손명순 여사는 26일 64년 동안 해로한 남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국회 영결식장을 80분 동안 묵묵히 지켰다. 대형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손 여사는 묵념을 위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눈을 감았다.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을 애써 감추던 그의 오른쪽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집쟁이 기질의 YS이지만 손 여사의 작심한 ‘반말 담판’이 남편의 고집을 꺾기도 했다. 손 여사는 중요한 약속을 받아낼 때 저녁상을 물린 직후 “니, 이리 온나!” 하면서 담판을 지었다. 손 여사가 “니, 꿈이 대통령 아이가”라며 이렇게 반말로 내지르면 YS도 꼼짝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영결식이 진행될수록 손 여사는 힘에 부친 듯 휠체어 한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부부의 연을 맺어 반세기 넘게 물심양면 내조한 손 여사는 그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배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