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내내 YS빈소 머문 손학규 측근들 만류에도 계속 자리 지켜… 정계복귀 여부 놓고 설왕설래
빈소에서 손 전 고문을 지켜본 정치권 원로들은 손 전 고문을 놓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인데…”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첫출발은 YS와 했지만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떠난 뒤에도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손 전 고문이 YS 서거 소식을 들은 22일 “계속 YS 빈소를 지키겠다”고 했을 때 그의 측근들은 “강진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혹시나 “정계 복귀하는 수순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의 YS 상주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고 상가를 지키며 YS의 유지인 ‘통합과 화합’을 보여 줬다”는 긍정론이 나왔다. 반면 일각에선 “야권의 대선 주자가 여권의 정치적 뿌리인 YS의 상주 노릇을 하고 있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손 전 고문은 26일 영결식이 끝난 뒤 정계 복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진에 가서 ‘청산별곡’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며 거리를 뒀다. ‘살어리 살어리랏다’로 시작하는 청산별곡은 유배지에서 부른 고려가요로 알려져 있다. 강진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중 머무르던 곳이다. 손 전 고문은 “다산을 본받겠다”며 흙집에서 1km 떨어진 다산초당까지 매일 산책한다. 한 야당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스스로 정치적 유배를 선택했지만 언젠가 국민이 부르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