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로 시작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타계 기사(23일 자 A1∼14면)가 인상적이었다. 임종 순간을 비롯해 빈소 표정, 한국 정치사에 남긴 족적과 애증의 양김(兩金), 김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 영욕의 가족사, 어록, 상도동계 스토리, 각계 반응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꼼꼼하게 적었다. 장편소설을 읽는 듯했다.
이 집중 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제 양김 시대가 마감했다’는 행간과 메시지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고 본다. 김 전 대통령의 타계 보도를 통해 한국 정치권의 지형을 꿰뚫어 보는 힌트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무조건적인 헌사를 보내지 않고, 고인에 대한 공과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짚어 내려갔다고 본다.
디지털시대가 무르익을수록 ‘신문은 백과사전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 과잉과 정보 홍수가 익숙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독자의 시각에서 독자의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실시간으로 풀어 주는 신문이 최고의 신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의 김 전 대통령 타계 보도는 신문의 장점이 무엇이고, 신문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이벤트’였던 것 같다.
▼난임 환자에게 정보-희망 전달▼
요즘은 출산을 많이 할수록 애국자란 소리를 듣는다. 출산 문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져 왔지만 지금처럼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꺼리는 부부가 많은데, ‘5년간 7번 유산의 아픔 겪은 40대 여성에게 쌍둥이 선물’ 기사(23일 자 A28면)가 감동으로 읽혔다.
난임 환자는 고통을 드러내고 말할 수도 없고 주변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또 여러 번의 시술 실패도 난임 환자를 지치게 만든다. 그런데 습관성 유산의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적절한 치료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니 환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난임 환자 대부분이 마치 자신이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한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아팠다. 난임의 고통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지나친 관심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따뜻한 격려와 배려가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 줄 것이다.
기사를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의학 지식도 알게 되고 난임 환자의 고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이런 희망적인 기사가 종종 실려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전해 주면 좋겠다.
김혜진 인천 연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