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혁신 현장을 가다]<下>기업 지원 나선 연구소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정규직 연구원 110명 등 인력이 총 200여 명으로 대학 연구소 중에서도 규모가 크다. 디터 바이트 ITA 부소장은 “3T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헨=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시장 선점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산학 협력 연구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디터 바이트 ITA 부소장은 “기초연구를 진행하지만 이 역시 철저히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다”며 “전통적인 섬유기술에 전자기술과 의학기술 등을 융합해 새로운 섬유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스트로닉스는 섬유(textile)와 전자(electronics)의 합성어로 스마트 텍스트로닉스는 입는 컴퓨터 등 전자기기가 탑재돼 한층 똑똑해진 차세대 섬유를 일컫는다. ITA는 리모컨이 붙어 있는 쿠션, 안전등이 켜지는 아웃도어 재킷, 세탁기에 빨 수 있는 전자섬유 등 스마트 섬유를 개발했다. 바이트 부소장은 “산업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ITA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지향점이 비슷하다”며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스마트 섬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주아헨 센터장은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제품이라는 블루오션 신시장에서 한국과 독일의 중소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 전경. 아헨공대 산하에는 ITA 같은 연구소가 260여 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연구소를 통해 기업의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ITA 제공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 자기(磁氣)베어링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베어링은 로봇 관절부터 세탁기, 자동차 바퀴 등 회전하는 기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으로 ‘기계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국내 제품에 사용되는 베어링의 7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회전하면서 생긴 마찰로 베어링이 빨리 닳아 몇 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해 기업으로서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기베어링은 자기부상열차가 선로 위에 떠서 움직이는 것처럼 베어링의 회전체가 몸체와 떨어져 있다”며 “마찰이 없는 만큼 수명이 반영구적”이라고 밝혔다.
박 책임연구원은 “자기베어링은 영하 27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인공위성의 자세제어 휠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며 “시장성을 갖춘 특허를 꾸준히 출원해 중소기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은 “앞으로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위한 맞춤형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출연연구소와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자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 시도로 2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이희국 LG그룹 사장 겸 기술협의회 의장 등 대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24명이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탄소자원화 기술 등 시장성이 있는 출연연 기술 9가지에 대해 논의하는 ‘CTO클럽 출연연 방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오태석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혁신정책관은 “정부는 출연연이 산업계와 더욱 밀착해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특히 연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