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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ITA-韓 생기원 손잡고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새 시장 연다

입력 | 2015-11-27 03:00:00

[R&D 혁신 현장을 가다]<下>기업 지원 나선 연구소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정규직 연구원 110명 등 인력이 총 200여 명으로 대학 연구소 중에서도 규모가 크다. 디터 바이트 ITA 부소장은 “3T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헨=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네덜란드,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은 독일의 서쪽 도시 아헨. 인구 24만 명 정도로 작은 도시지만 독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13일 현지에서 만난 프랑크 라이스텐 아헨경제개발청(AGIT) 책임자는 “아헨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 에릭손 등 기업의 연구개발(R&D)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며 “독일 내 최고로 평가받는 아헨공대를 중심으로 산학 협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시장 선점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산학 협력 연구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디터 바이트 ITA 부소장은 “기초연구를 진행하지만 이 역시 철저히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다”며 “전통적인 섬유기술에 전자기술과 의학기술 등을 융합해 새로운 섬유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ITA와 ‘드림투랩투팹(Dream2Lab2Fab)’이라는 국제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휴먼문화융합그룹장은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품 공정기술과 전자기술에, 독일이 강세를 보이는 장비기술을 합쳐 ‘스마트 텍스트로닉스(Smart Textronics)’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며 “여기서 개발한 기술을 일차적으로 국내 중소, 중견기업에 이전해 상용화까지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텍스트로닉스는 섬유(textile)와 전자(electronics)의 합성어로 스마트 텍스트로닉스는 입는 컴퓨터 등 전자기기가 탑재돼 한층 똑똑해진 차세대 섬유를 일컫는다. ITA는 리모컨이 붙어 있는 쿠션, 안전등이 켜지는 아웃도어 재킷, 세탁기에 빨 수 있는 전자섬유 등 스마트 섬유를 개발했다. 바이트 부소장은 “산업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ITA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지향점이 비슷하다”며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스마트 섬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주아헨 센터장은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제품이라는 블루오션 신시장에서 한국과 독일의 중소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 전경. 아헨공대 산하에는 ITA 같은 연구소가 260여 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연구소를 통해 기업의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ITA 제공

○ “수명 짧다” 애로사항 듣고 자기베어링 개발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 자기(磁氣)베어링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베어링은 로봇 관절부터 세탁기, 자동차 바퀴 등 회전하는 기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으로 ‘기계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국내 제품에 사용되는 베어링의 7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회전하면서 생긴 마찰로 베어링이 빨리 닳아 몇 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해 기업으로서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기베어링은 자기부상열차가 선로 위에 떠서 움직이는 것처럼 베어링의 회전체가 몸체와 떨어져 있다”며 “마찰이 없는 만큼 수명이 반영구적”이라고 밝혔다.

지름 5cm의 이 자기베어링은 분당 10만 바퀴를 돌 수 있다. 현재 자기베어링 중에서는 회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게다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기베어링은 전자석으로만 만들어져 전기 소모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자기베어링은 영구자석과 전자석을 혼합해 생산비용을 줄였다.

박 책임연구원은 “자기베어링은 영하 27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인공위성의 자세제어 휠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며 “시장성을 갖춘 특허를 꾸준히 출원해 중소기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은 “앞으로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위한 맞춤형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출연연구소와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자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 시도로 2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이희국 LG그룹 사장 겸 기술협의회 의장 등 대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24명이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탄소자원화 기술 등 시장성이 있는 출연연 기술 9가지에 대해 논의하는 ‘CTO클럽 출연연 방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오태석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혁신정책관은 “정부는 출연연이 산업계와 더욱 밀착해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특히 연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헨=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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