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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화 "대본의 빈구석, 연기자가 채워야죠"

입력 | 2015-11-27 03:00:00

MBC주말극 ‘내 딸, 금사월’서 친모 득예역 열연 전인화
‘막장 드라마’ 비판 있지만 완벽한 대본 쓰는 작가는 없어 빈틈 메우는게 연기자의 역할
저수지 빠지고 불속 헤쳐나오고… 이번처럼 몸이 힘든 적은 처음
50대 나이 무색한 피부와 자태? 20대 연기할 때 오글거려 혼났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인화는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 대해 “디테일이 부족할 순 있지만 매번 대본을 읽을 때마다 재밌는 소설을 읽은 듯 이야기에 힘이 느껴진다”며 “김순옥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웰메이드예당 제공

“솔직히 요즘 국내 드라마 가운데 ‘막장 요소’ 없는 드라마가 어디 있나요.”

MBC 50부작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최고시청률 28.9%(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동시에 ‘막장드라마’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를 썼던 김순옥 작가의 작품답게 선한 주인공은 매번 수난을 겪고 악인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기를 모면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최근 만난 전인화(50)는 “설정과 역할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완벽한 대본을 쓰는 작가는 세상에 없다”며 “작가가 쓴 대본의 빈 구석을 서로 메워 가며 그 이상을 표현해 내는 게 바로 배우와 연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사월(백진희)의 친모인 득예 역을 맡아 극 중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헤더신이라는 가명을 쓴 건축가로 분장해 궁지에 몰리는 사월을 도울 뿐만 아니라 남편이자 극 중 ‘악의 축’인 강만후(손창민)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시청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가발과 안경을 쓰고 헤더신으로 분장한 득예를 남편조차 못 알아보는 것이 너무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이제까지 드라마에서 저는 주로 앉아서 목만 돌린 거나 마찬가지였어요(웃음). 이번 드라마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적은 처음이에요. 저수지에도 빠지고 화재 속에서 헤쳐 나오기도 하고 초반에는 20대 득예까지 연기해야 했죠. 20대 연기가 쑥스러워서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어요. 1인 2역을 해야 한다는 건 촬영 일주일 전에 알았어요. 솔직히 ‘멘붕(멘털 붕괴)’이 왔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배우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1학년이던 1985년 KBS2 ‘초원에 뜨는 별’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MBC ‘조선왕조 500년’(1988년)에서 스타급에게 주어진다는 장희빈 역을 맡았다. 이때 만난 배우 유동근과 결혼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오래 연기를 쉴 때 남편은 “연기의 답은 생활 속에서 찾아라”고 조언했다. 그는 “시어머니에게 김장 담그는 법을 배운 것마저도 연기에 도움이 된다”며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면 어떤 역을 맡아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의 악역 이후 다양한 배역을 맡고 있는데 평소 이미지 때문인지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할은 해본 적이 없어요. 가끔씩 온몸을 던져서 여군 장교 같은 강한 역을 하고 싶다가도 나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김수현 같은 후배 남자배우와 멜로는 한번 해보고 싶네요.”

그는 50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곱고 우아했다. 배우로서 관리 비법을 묻자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는 게 비법”이라며 “모친의 우윳빛 피부를 물려받았고 부친처럼 밤늦게 많이 먹어도 아침이면 배가 꺼지는 체질”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의심 가득한 표정을 알아챘는지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일주일에 2번씩 반신욕을 하고 스트레칭을 종종 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다. 아령이라도 들려고 하면 담이 와서 못 한다. 제발 믿어 달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