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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큰 시각차… 차관급서 안풀리면 ‘2+2’로 격상할수도

입력 | 2015-11-28 03:00:00

[남북대화 물꼬]12월 11일 개성서 차관급회담




남북이 다음 달 11일 차관급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대화의 물꼬는 텄다. 다만 회담 의제를 둘러싼 남북의 시각차가 워낙 커 정부 내에서도 당국회담의 지속 가능성을 잘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실무접촉 합의 배경에 대해 “연내에 당국회담을 성사시키는 실리적 측면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 이산가족 얘기 없이 금강산 강조한 북

북한은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당국회담 의제로 명기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남측의 대북 대결 태도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서 남측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도 공동보도문에 포함하자고 했다. 한국 측에 북핵 포기를 촉구하거나,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지 말고 군사훈련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인정할 뜻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은 체육 등 민간교류에는 관심을 보였다.

북측은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는 아예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측이 ‘왜 이산가족 문제는 거론하지 않느냐’며 시급성을 강조하자 그제야 “(남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안다”는 식으로 답했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011년 일방적으로 공표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문제 해결을 비롯해 신변 안전 보장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둘러싼 담판이 회담 정례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남 “2013년 되풀이 안 돼”, 북 “청와대 나올 거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차관급보다 장관급 당국회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8·25 남북 고위급 접촉 때 필요하면 김관진 대통령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 비서의 ‘2+2’ 협의체를 다시 가동할 수 있다는 남북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접촉 때도 북측이 ‘당국회담이 잘 안되면 (레벨을) 올려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화가 교착되면 ‘2+2’나 홍 장관-김양건의 ‘통-통 라인’으로 급을 높여 풀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당국회담에 나설 ‘부상급(차관급)’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한국 측은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수석대표가 될 것임을 설명했다. 이어 2013년 6월 당시 격(格)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남북관계에 책임 있는 인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이 “지난해 2월 차관급 남북 고위급 접촉 때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이 나왔다”고 상기시키자 북측은 “그럼 (그때처럼)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나올 거냐”고 맞받아쳤다. 북한은 27일 합의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하면서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차관급’ 얘기는 뺀 채 “당국회담”이라고만 표현했다.

실무접촉에 나섰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포정치니 독재정치니 하는 말은 최고존엄(김정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26일 김정은의 독단적 리더십을 지적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회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