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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하멜과 함께 유럽으로 간 조선소년 해풍이

입력 | 2015-11-28 03:00:00

◇나는 바람이다-5편 튈프호 항해기/김남중 글·강전희 그림/176쪽·9000원·비룡소




이 책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잠깐 고민했습니다. 부제에서 보듯이 장편 동화 중 다섯 번째 책이고, 게다가 올해 4월에 3, 4권을 이미 소개한 바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대해 한 번 더 글을 쓰려는 이유는 책이 가진 가치에 비해 지금까지 저평가되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이야기 분량이나 배경 등이 우리 동화로는 압도적 규모입니다. 완결되면 11권으로 배를 타고 조선을 출발해 일본, 인도네시아를 거쳐 네덜란드에 도착했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는 공간 이동 거리, 그리고 삼 년의 시간 등이 그렇습니다. 뒤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글쓰기가 더욱 믿음직합니다.

이야기는 ‘하멜 표류기’의 하멜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조선 아이 한 명과 함께 간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해풍’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해풍은 하멜과 헤어지고 나이가 엇비슷한 ‘작은 대수’와 함께 네덜란드로 가는 튈프호에 타게 됩니다. 그렇게 5권이 시작됩니다. 인도네시아를 출발해 희망봉을 돌아 네덜란드에 도착하기까지 온전히 배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괴혈병에 걸리기도 하고, 무풍지대에 갇히기도 하고, 유령선을 보기도 하고, 오랜 항해에 지친 사람들이 다양한 인간 단면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게다가 네덜란드와 영국 사이에 바닷길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까지 벌어집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풍이의 노력과 작은 대수와의 끈끈한 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습니다. 궁극적으로 해풍이는 아버지를 만나 조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긴 여행의 끝이 어디일지 알지 못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해 앞으로 갈 뿐이야”라는 해풍이의 말에 힘입어 그 여정을 함께 기다립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