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혈액분획제제 중남미·중동 공략 성공한 면역글로불린 ‘IVIG-SN’ 美 FDA에 최초 허가신청 2017년 제품 출시 바라봐 백신 올해 백신수출 최대실적 지난해 400억 수출 기록 4가 독감백신 4번째로 개발 백신 기술력 세계적 수준
녹십자의 이번 허가 신청은 세계 최대 북미 혈액분획제제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원정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혈액분획제제 시장 규모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11% 성장하며 220억 달러(약25조5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글로벌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크다. 녹십자가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의 경우 현재 38억 달러(약4조50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녹십자가 북미 현지법인을 통해 혈액원을 설립하고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이유는 단지 큰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혈액분획제제 분야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의 운영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급자가 매우 제한적이다. Baxalta, CSL, Grifols 등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만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진입장벽은 높지만 그만큼 부가가치가 크다. 실제로 면역글로불린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보다 4배 정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
녹십자의 캐나다현지법인은 이미 공장이 위치한 퀘벡 주의 혈액사업 기관과 면역글로불린, 알부민 등을 최소 8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고객 기반도 사전에 확보했다.
또 혈액제제 원료인 혈장 확보도 순조롭다. GCBT가 헤마퀘벡으로부터 일정 물량의 혈장을 공급받기로 했고 녹십자는 GCBT 공장의 상업생산 시기에 맞춰 미국 현지법인 GCAM을 통해 혈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CAM은 2020년까지 미국 내 혈액원을 30곳으로 늘려 원료혈장을 연간 100만 L 이상 공급 할 수 있게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반드시 녹십자 혈액분획제제 글로벌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통상 1년가량 걸리는 FDA 허가 절차를 통과하면 늦어도 2017년에는 미국에 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녹십자의 대표 제품은 이 제품만이 아니다. 녹십자의 올 3분기까지 백신 수출액이 작년 1년간의 백신 수출액을 넘어서며 올해 최대 백신 수출실적 달성이 확정됐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백신 수출액인 647억 원이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져 녹십자는 올해 연간 독감백신 수출액이 500억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국제기구 수두백신 입찰(내년까지 공급분)에서 약 800억 원 규모 전량을 수주해 올해 녹십자 백신 수출액은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수출로만 1000억 원대를 바라보는 녹십자의 비결은 다국적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세계적인 기술력에 있다. 녹십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독감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최신 4가 독감백신을 아시아 제약사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방식이 다른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은 예측할 수 없는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허가 직전 마지막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백신, 혈액제제 등 주력 사업부문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며 “독감백신의 경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기구 입찰시장 공략뿐만 아니라 거대 제약 시장으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