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KBS 2TV ‘남자만들기’에 함께 출연한 감우성-구본승-이휘재-차인표.(왼쪽부터)
■ 1995년 11월 30일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치달아가는 즈음, 사랑하는 아들을 군 입대시킨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한들, 그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더욱이 이제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바짝 든 군기로 새로운 삶의 경험을 하고 있을 훈련병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MBC ‘진짜 사나이’ 등 TV에 비친 모습으로 요즘 군대의 문화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 안심한다.
20년 전 훈련병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1995년 오늘,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의 뜨거운 일상을 담은 드라마 KBS 2TV ‘남자만들기’가 막을 내렸다. ‘남자만들기’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배경으로 훈련병들이 겪는 군 생활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김재현 작가가 그해 4월부터 9월까지 논산훈련소를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병훈련소의 풍경을 담아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복무 경험과 함께 여유를 드러냈다. 육군군수학교 번역병으로 근무하던 차인표는 이미 신애라와 결혼한 뒤 입대한 상황. 그는 “드라마 때문에 나처럼 입대 전에 결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두렵다”(1995년 9월22일자 한겨레)며 너스레를 떨었고, 상병 감우성은 “1만700원의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고참인 만큼 9600원을 받는 일병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위 신문)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자만들기’는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을 총집결시키며 시청률을 노린 방송사와 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홍보의 창구 역할을 기대하는 군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기획이기도 했다. 이 같은 기획은 ‘신세대판 배달의 기수 아니냐’는 당초 우려와 달리 많은 시청자의 시선을 모았다.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은 드라마는 당시 정치드라마였던 MBC ‘제4공화국’과 SBS ‘코리아게이트’와 경쟁했다. 두 드라마에는 일부 ‘정치군인’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남자만들기’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이에 “졸병이 장군을 눌렀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