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9일 비. 상상 추모. #185 Elton John ‘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1973년)
27일 밤 서울 이태원의 소극장에서 500명을 앞에 두고 공연한 엘턴 존. 현대카드 제공
객석이라니. 무대 아래가 더 맞는 말일 거다. 손목 스냅만으로 물병을 던져도 바로 위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맞힐 것 같았으니까. 은빛 보석들과 ‘E.J.’란 약자를 새긴 푸른 재킷을 입은 그 사람. 심리적 거리야 바다 저편쯤 됐다. ‘Candle in the Wind’ ‘Goodbye Yellow Brick Road’ ‘Rocket Man’ ‘Your Song’ 같은 명곡을 부르는 그 사람은 엘턴 존(68)이었으므로. 물리와 심리의 거리가 천지 차이니 100분 동안 네 번쯤 정신이 아득해졌다.
존이 3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 곳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였다. 딱 홍익대 주변 라이브 클럽만큼 작은 공간. 앉는 자리가 없으니 입장권 구입에 20만 원씩이나 지불한 30∼50대 관객 전부는 2시간 가까이 서서 봐야 했다.
앙코르는 ‘Crocodile Rock’. ‘나∼∼∼∼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의 여흥구를 제창하는 관객들의 즐거운 표정에서 ‘50만 원 냈어도 안 아깝다’가 읽혔다.
공연 내용은 3년 전 1만 석 규모의 경기장 공연과 대동소이했다. 단 하나의 아쉬움은 그때는 들려준 대곡 ‘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을 하지 않았다는 것. 대학교 때 늘 건강이 안 좋았던 나는 갑자기 요절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 병상에 누워 밴드 멤버들에게 편지를 쓰고 음반을 동봉하는 비극적이나 멋진 장면을 떠올렸다. ‘내가 죽으면 꼭 이 곡을 연주해줘. 다른 건 필요 없어….’ 오래 살아서 진귀한 공연을 찾아다니는 나. 지금은 필요한 게 너무 많다. 좋은 집, 비싼 차, 더 귀한 공연, 돈, 돈, 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