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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선 자동차 부아앙~, 공원선 자전거 쿵짝

입력 | 2015-11-30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8>눈살 찌푸리게 하는 소음공해




27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는 자동차 경주장을 방불케 했다. 언주로와 도산대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엔진 배기음 때문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웅웅’거리던 외국산 스포츠카 2대가 녹색 불이 들어오자마자 성수대교에서 서울세관 쪽으로 굉음을 울리며 달려갔다. 시야에서 사라졌는데도 귓가에는 배기음이 맴돌았다.

두 차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두 걸음이나 뒷걸음질 친 직장인 이모 씨(32·여)는 “저런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면 정말 사람을 치는 것 아닌가 싶어 무섭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경부터 10분 동안 8대의 차량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굉음을 내면서 사거리를 지나갔다. 회사원 배성현 씨(30)는 “휴대전화를 보다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저렇게 민폐를 끼치며 달려야 할까 싶다”고 했다.

이런 소음은 큰길 주변 거주민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차모 씨(53·여)는 1년 전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던 자동차 소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잠실 삼거리에서 잠실학원 사거리까지 이어진 집 근처 8차로는 거의 매일 밤 자동차 굉음으로 가득 찼다. 견디다 못한 차 씨는 결국 집을 옮겼다. 그는 “이사 갈 집은 괜찮은지 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차량 소리까지 확인했다”며 “예전 집에서는 여름 내내 창문을 닫아 놓고 살아도 소음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배기음을 키우려 불법 개조한 차량은 물론이고 허가를 받은 차량도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심각한 소음을 낸다. 신성환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슈퍼카를 모는 사람은 역동적인 배기음을 즐기지만 일반인은 불쾌함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소리가 더 울릴 수 있는 주택가에서는 반드시 저속으로 주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쉽게 타고 즐기는 자전거 역시 소음 공해의 주범이 될 수 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추워진 날씨 탓에 자전거 이용객이 크게 줄었음에도 볼륨을 잔뜩 키운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다니는 자전거를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하얀색 자전거 한 대는 유명 걸그룹의 노래를 홍보라도 하듯 크게 켜놓고 지나갔다. 이 자전거가 사라질 때까지 빤히 쳐다보던 조모 씨(40·여)는 “저 정도면 오토바이 폭주족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 역시 자전거 이용객이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줘야 해결될 수 있다. 20년 넘게 자전거를 탔다는 김태훈 씨(61)는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오디오를 트는 매너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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