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8>눈살 찌푸리게 하는 소음공해
두 차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두 걸음이나 뒷걸음질 친 직장인 이모 씨(32·여)는 “저런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면 정말 사람을 치는 것 아닌가 싶어 무섭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경부터 10분 동안 8대의 차량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굉음을 내면서 사거리를 지나갔다. 회사원 배성현 씨(30)는 “휴대전화를 보다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저렇게 민폐를 끼치며 달려야 할까 싶다”고 했다.
이런 소음은 큰길 주변 거주민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차모 씨(53·여)는 1년 전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던 자동차 소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잠실 삼거리에서 잠실학원 사거리까지 이어진 집 근처 8차로는 거의 매일 밤 자동차 굉음으로 가득 찼다. 견디다 못한 차 씨는 결국 집을 옮겼다. 그는 “이사 갈 집은 괜찮은지 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차량 소리까지 확인했다”며 “예전 집에서는 여름 내내 창문을 닫아 놓고 살아도 소음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손쉽게 타고 즐기는 자전거 역시 소음 공해의 주범이 될 수 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추워진 날씨 탓에 자전거 이용객이 크게 줄었음에도 볼륨을 잔뜩 키운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다니는 자전거를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하얀색 자전거 한 대는 유명 걸그룹의 노래를 홍보라도 하듯 크게 켜놓고 지나갔다. 이 자전거가 사라질 때까지 빤히 쳐다보던 조모 씨(40·여)는 “저 정도면 오토바이 폭주족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 역시 자전거 이용객이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줘야 해결될 수 있다. 20년 넘게 자전거를 탔다는 김태훈 씨(61)는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오디오를 트는 매너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