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스승 히딩크… 지도자의 자세 배워”
○ 군대 가면 철든다
최근 박 감독은 상무를 11개 팀이 속한 챌린지(2부 리그) 정상으로 이끌어 내년 시즌 클래식(1부 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3년 전 부임한 그는 “군(軍) 팀이라 선수들이 21개월 복무기간을 마치면 떠나게 돼 전력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에게 소속감과 목표 의식, 응집력을 주문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군 복무 시절 자기 계발과 취미 생활도 할 것을 강조한다. “운동만 한 선수들이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 보니 음주 도박 같은 탈선의 유혹에 빠진다. 한자를 익히거나 기타 등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다. 잘 놀 줄 알아야 잘 뛴다.”
○ 히딩크가 보여준 ‘프로 지도자’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69)을 거론할 때 꼬박꼬박 ‘님’ 자를 붙였다. “감독님이 처음 한국에 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해서 뭘 믿고 저러나 싶었다. 월드컵 본선을 50일 남기고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50%인데 매일 1%씩 끌어올려 100%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결국 해내지 않았나.”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성공 비결로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며 임기응변과 반전에 강한 것을 꼽았다. 히딩크가 무한 경쟁 시스템을 활용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 “감독님은 같은 포지션의 여러 선수를 골고루 기용했다. 주전과 후보의 구분이 없다 보니 선수들이 늘 긴장하고 준비했다. 그래서 23명 전원이 고른 기량을 가졌다.”
○ 다시 뛰는 ‘2002’ 멤버
경신고에 입학해 뒤늦게 축구를 시작한 박 감독은 럭키금성 등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박 감독은 “내 평생 2002년 월드컵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대표팀 코치, 선수들과 ‘팀 2002’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말했다. 마침 12월 2, 3일 경기 안성시에서 행사를 연다. “안성시와 풋살 돔구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내년 1월 준공한다. 유소년 축구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2002년을 빛낸 홍명보 황선홍 최진철 최용수 등은 감독이 됐고, 이영표와 박지성 안정환 등도 축구판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 감독은 “사석에서 황 감독, 홍 감독이라고 불렀더니 그냥 편하게 선홍아, 명보야로 부르라고 하더라. 다들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국내 리그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선수 선발이나 연봉 등의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감독님 빼면 내가 최고령인데 어깨가 무겁다. 축구로 큰 사랑 받았으니 더욱 힘을 보태겠다”라고 다짐했다. 한국 스포츠 역사를 다시 쓴 2002년 ‘4강 신화’는 진행형인지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