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위기의 가정에 ‘희망의 손길’을]<3>막다른 길에 몰린 김미자씨
2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김미자(가명) 씨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김 씨는 마땅한 수입이 없어 올겨울 임대아파트에서 나가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
1970년 김 씨는 고향인 전남 무안군을 떠나 서울에 왔다. 한복 바느질을 했던 어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김 씨는 의상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우연히 같은 고향 출신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1978년 용산에 번듯한 의상실을 차렸다. 남편의 성실함과 김 씨의 손재주 덕분에 가게는 번창했다. 고위 관료의 부인, 주한미군들까지 즐겨 찾으면서 이름을 날렸다. 10년 후 당시 패션의 중심지였던 명동으로 가게를 확장해 옮겼다. ‘성공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을 버텨내자 빚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또 의상실을 자주 들렀던 한 지인은 김 씨에게 대량으로 옷을 팔아주겠다며 3000만 원을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김 씨는 빚을 갚으며 푼푼이 모은 돈을 건넸다.
하지만 얼마 뒤 지인은 연락을 끊었다. 뒤늦게 다단계 조직이었다는 걸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의상실을 정리했고, 작은 집마저도 경매에 넘어갔다.
○ 보금자리 지키는 것이 소망
2002년 김 씨는 가까스로 임대아파트 한 채를 구했다. 보금자리이자 일터였다. 이곳에서 단골손님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월 30만∼40만 원 정도를 벌었다. 아들이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번 돈을 조금씩 보탰지만 생활은 늘 빠듯했다. 매달 25만 원이나 되는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올 6월에는 5개월 치 임대료가 밀려 “방을 빼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다행히 ‘위기가정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150여만 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위기가정지원사업은 김 씨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찾아서 돕는 사업이다. 신청 문의는 중앙위기가정지원 콜센터(1899-7472)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