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 경제부 기자
산업화 시대를 지나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각자 나름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국민 대부분은 최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 공적으로 금융실명제를 꼽는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각각 외환위기 극복, 지역 균형 발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훗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금융실명제 실시나 외환위기 극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근혜 정부의 업적이 될 수 있을까. 정부 내부에선 자신감이 엿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지난해 성장 효과 부문 1등을 한 데 이어 올해 이행 점검 부문에서도 2등을 했다”며 “국제사회에서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잘 만들고 잘 이행하는 모범 국가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라고 자평했다.
최종적으로 누구의 말이 맞게 될지는 박 대통령이 2년 3개월 남짓한 잔여 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문민정부 시절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낸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은 금융실명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최고 지도자가 시대정신을 빨리 파악하고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간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관료들의 자화자찬만 들릴 뿐 국민의 반응은 싸늘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을 위해 박 대통령이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질 때 국민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단지 공허한 구호로만 기억한다면 이는 박 대통령 개인의 불운일 뿐 아니라 5년을 지켜봐 온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세종시에서
손영일 경제부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