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을 맡아 워싱턴에 와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28일 전혀 다른 측면을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을 더 끌어들여야 한다. 한국의 경기 회복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중요하다. 중국인들이 활보하고 있는 서울 거리를 북한이 함부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늘려 안보 협력을 넓혀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칫 한반도 분단의 장기화,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지 않는 한 중국은 남한과 북한에 각각 다른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며 ‘분할 관리’를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원유와 식량을 지원하며 실질적으로 북한의 명줄을 쥔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섰을 때 한 미국 여기자는 “베이징 열병식에 가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자리에 나타났다. 그래서 미국에 보내려고 한 메시지가 무엇이냐”며 빈정거리듯 질문했다. 박 대통령의 중국행을 고깝게 보는 보통 미국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는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백악관이나 국무부 당국자들은 일절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야 한다. 한국도 힘을 보태야 할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반박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미국 연방 상원의 대북정책 청문회에서 밥 코커 외교위원장은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뭐냐”며 증인으로 출석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몰아붙였다. 김 대표는 “중국은 북한을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중국의 시각으로 답변하는 듯했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선의를 기대할 뿐 강제적으로 압박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한국이 중국을 껴안아 북한을 변화시키자는 전략은 생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지론이기도 했다. 그는 2010년 10월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 기자를 만나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루빨리 체결해 경제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식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시키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