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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감사원 前총장 총선 노리고 ‘MB 해외자원’ 감사한 건가

입력 | 2015-12-01 00:00:00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어제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게 보내주신 각별한 관심과 격려에 이제는 제가 대통령께 보답할 차례”라며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지만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헌법기관으로 사무총장은 감사 실무를 총괄 지휘하는 사실상 감사원의 2인자다.

김 씨는 감사원 사무총장 시절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과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감사를 주도했다. 2013년 7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5월엔 감사원이 캐나다 칠레 카자흐스탄 등 8개국의 자원개발 사업을 현장에서 감사할 때 고위직으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참여했다. 감사원이 7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 상황을 중간발표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실패라고 규정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대통령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총선에 나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를 보며 4대강 및 자원개발 감사를 과연 정치적 의도 없이 공정하게 지휘했는지 의심스럽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상대로 실시한 자원개발 사업 감사 결과를 어제 최종 발표했다. 3개 공기업의 10여 개 사업은 우선 매각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을 제시했지만 중간발표보다 특별히 새롭게 진척된 내용이 없어 용두사미로 끝난 셈이다. 김 씨가 임기 4년의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발표된 감사원의 이례적인 중간발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김 씨는 공직 사회의 ‘친박 실세’로 통했고 감사위원 취임 4개월 만인 11월 10일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감사원을 발판으로 박 대통령의 관심을 끌고 정치권 진출을 꿈꾸었던 그로 인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근본부터 의심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