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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 준조세’… 황당한 FTA

입력 | 2015-12-01 03:00:00

한중FTA, 타결 1년만에 비준
“수혜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10년간 모아 농어촌 상생기금”
재계 “사실상 이중과세” 반발




씁쓸한 ‘빅딜’ 여야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합의한 뒤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그러나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여야가 각 당의 숙원 법안을 끼워 넣는 행태를 보이며 19대 국회가 ‘빅딜 국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협상 타결 1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65명 중 찬성 196, 반대 34, 기권 35명으로 한중 FTA 비준안을 가결했다. 정부가 20일까지 관련 시행령 등을 정비하고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한중 FTA가 연내에 발효된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인구 14억 명, 내수 규모 50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시장인 중국의 빗장이 열린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중 FTA 발효 후 10년 동안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0.1%P가량 추가로 성장하고(10년 누적 0.96%P), 일자리는 총 5만3000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중 FTA와 함께 뉴질랜드, 4위 수출국인 베트남과의 FTA도 이날 일괄 비준을 마쳐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 도졌다. 여야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을 ‘비빔밥’처럼 마구 섞어 협상에 임하면서 쟁점 법안에 자당의 숙원 법안을 끼워 넣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야당 결재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의 첫 적용을 받는 19대 국회가 ‘빅딜 국회’가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협상 초기 한중 FTA 비준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내걸었다. 무역에서 이득을 본 기업의 이윤을 강제로 환수해 FTA로 피해를 본 농어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마련해 농어촌 상생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것. 재원은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이 낸 ‘자발적’ 기부금으로 충당한다지만 재계는 사실상 ‘준조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이날 합의한 직불금 인상,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을 합치면 지원 금액은 3조 원을 넘는다.

여권이 한중 FTA 연내 발효라는 ‘마지노선’에 쫓기고 야당이 2일 예산안 통과라는 ‘데드라인’에 몰리면서 협상판은 점점 커졌고 전혀 상관없는 법안들이 ‘패키지 딜(연계 처리)’로 묶였다. 누리과정(3∼5세 보육비 지원) 예산의 국고 지원 폭에 대한 이견 탓에 이날 최종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관광진흥법’과 야당의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이 주고받기 식으로 거래됐다. 여야는 1일 본회의를 열지 않고 쟁점 법안을 더 논의한 뒤 2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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