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단속 경찰관을 자동차 문으로 가격하고 얼굴을 때린 운전자에게 벌금형을, 교통 단속 중인 경찰을 치고 달아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판단일까.
최근 폭력성 짙은 시위 때문에 공권력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원이 공무집행 방해사범을 너무 가볍게 처벌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반면 ‘공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우발적이거나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을 무조건 중벌로 다스리는 게 합당하냐는 반론도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법은 올 6월 헬멧을 쓰지 않은 채 124cc 오토바이를 몰고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인근 인도 위를 달리다 경찰의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망가면서 경찰관의 무릎을 들이받은 대학생 황모 씨(20)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법원이 공무집행 방해사범에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주로 선고하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 방해에 관한 죄’로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은 모두 8772명이었지만 징역형 같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10.4%(916명)에 그쳤고 43.8%(3844명)가 집행유예, 39.3%(3451명)가 벌금형 같은 재산형을 선고받았다.
▼ “공권력 도전, 엄벌을” “초범 중벌은 지나쳐” ▼
‘경찰폭행’ 처벌수위 논란
경찰관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지만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받는 사례도 많다. 올 6월 서울 용산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자 운전석 문으로 경찰관의 배를 가격하고 얼굴을 10차례 때린 조모 씨(30)에게 법원은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지적하면서도 초범이고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이 관성적인 관용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공무집행 방해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20년 동안 경찰로 근무하며 경기 동두천경찰서장을 지낸 박상융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일선 경찰 상당수가 공무수행 중에 모욕이나 폭행을 당해도 참고 넘기는 상황”이라며 “법원에서 경찰관이 입은 피해를 ‘국가’가 아닌 ‘개인’의 일로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처벌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질서를 지킨다는 가치를 위해서라도 공무집행 방해사범을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사법당국이 공무집행 방해사범을 일반 폭행사건보다 엄하게 처분하고 있으며 폭행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국가’인 것으로 보고 개별적으로 가해자와 합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