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국회 비준]‘年1000억 상생기금’ 이중과세 논란
○ 1조 기금은 포퓰리즘…수출에 큰 메리트 없어
여야정협의체가 이날 제시한 상생기금 조성은 야당이 ‘한중 FTA로 혜택을 보는 산업 부문의 이윤 일부를 강제로 떼어내 피해를 보는 농어촌에 지원하자’고 주장했던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이었다. 한중 FTA 체결로 혜택을 보는 민간기업, 공기업, 농협 및 수협 등이 ‘자발적’으로 매년 1000억 원, 10년간 1조 원의 기부금을 마련하면 농어업 지원사업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농어업 전문가를 영입해 별도의 본부를 꾸려 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여야는 합의문에서 ‘자발적 기금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고 규정해 예산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중 FTA 개방도는 한미나 한-EU FTA보다 훨씬 낮은데도 정부와 국회는 앞선 FTA와 달리 1조 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농업 부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며 “기업들이 FTA로 가격을 낮출 유인이 없어지게 돼 수출에 큰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근시안적 대책” 비판 커
정부와 국회는 기금 조성 외에 금리 인하와 세제 지원을 통해 10년간 총 1조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농업 분야의 피해보전직불제의 보전비율을 현재 90%에서 내년부터 95%로 인상하기로 했다. 수산물 직불금의 경우 2017년부터 4년간 매년 5만 원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0년에는 어촌 가구당 7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 밖에 어업 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확대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농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산 농산물로 10조 원 이상 피해를 봤고 FTA가 시행되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1조 원을 가지고 보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김창덕·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