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가브리엘 데스트레 자매.
붉은 커튼과 흰 천에 둘러싸인 욕조, 그 속에 당당하게 벗은 몸을 드러낸 두 여인! 색깔은 다르지만 똑같은 머리 스타일에 똑같은 진주귀고리를 하고 있다. 게다가 한 여인이 다른 여인의 유두를 꼬집고 있고 꼬집힌 여인은 왼손에 반지를 들고 있다. 이들이 풍기는 기묘한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에게 호기심의 우물을 깊이 파게 만든다.
반지를 든 여인은 프랑스 앙리 4세의 정부인 가브리엘 데스트레이고 왼쪽의 여인은 동생 빌라 부인이다. 가브리엘은 이미 왕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고 세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동생이 새 아기의 양식을 생산하는 언니의 유두를 꼬집고 있는 것, 뒤에서 빨간 옷을 입은 유모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짓고 있는 것은 모두 새로 태어날 아이를 맞을 준비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엉뚱한 곳으로 굴러 왕비와의 이혼을 애타게 기다리던 예비 왕비 가브리엘은 그림이 그려진 1년 후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산고로 30세에 사망하고 만다.
프랑스 ‘퐁텐블로 화파’가 1594년경에 그렸다는 점만 알려지고 작자는 미상으로 남아 있어서일까. 이 그림 앞에 서면 관람객으로부터 나온 궁금증이 늦가을 낙엽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