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은 98억 원을 들여 준척 둘을 붙잡았고, 다른 팀은 84억 원을 최대어 한 명에게 다걸기(올인)했습니다. ‘롯데 시네마’와 ‘한화 극장’ 중에서 문을 닫는 건 어느 쪽일까요?
프로야구 팬들은 구원 투수 때문에 ‘롤러코스터 경기’가 나오면 극장이라는 낱말을 사용하곤 합니다. 원래 일본 언론에서 쓰기 시작한 표현으로 문자 그대로 영화처럼 극적인 승부를 벌였다는 의미입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한화와 롯데가 가장 ‘극장 야구’로 유명했습니다. 결과는 두 팀에 나쁜 쪽이었습니다. 한화는 8회 이후 역전패가 9번으로 10개 팀 중 제일 많았고, 롯데가 7번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자 두 팀에서 불펜 투수 확보에 나선 이유죠.
구원 투수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는 위기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 첫 타자를 어떻게 요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딱 한 타자를 잡아달라고 감독이 필승조를 마운드에 올리는 일도 잦습니다. 올 시즌 롯데와 한화가 유독 극장 경기가 많았던 건 이 싸움에서 지고 들어간 탓이 큽니다(표 참조).
정우람은 올 시즌 이닝 중간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 첫 타자를 타율 0.179, OPS(출루율+장타력) 0.487로 막아냈습니다.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전체의 32.6%인 14번. 반면 같은 상황에서 윤길현을 상대한 타자들 기록은 타율 0.333, OPS 1.167이었습니다. 넥센 박병호(29)의 올 시즌 OPS가 1.150이니 윤길현은 위기에서 상대 타자를 박병호 이상 가는 특급 선수로 만들었던 셈입니다. 시즌 전체로 보면 피안타율이 0.244밖에 되지 않는 윤길현이지만 위기에서는 약했던 겁니다.
게다가 조 감독이 ‘초보 감독’이라는 것도 롯데 불펜에서 쉽게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게 만듭니다. 시즌 전체로 놓고 봐도 롯데 불펜의 상대 OPS가 0.843으로 나빴던 건 사실. 그래도 첫 타자를 상대할 때 저렇게 올라간다는 건 역시 초보였던 이종운 전 감독의 투수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연 조 감독은 두 투수를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기용할까요? 다음 시즌 롯데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