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배신감을 느끼는 대목은 2012학년도 이후 4년간 지속된 ‘쉬운 수능’이 예고 없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준식 수능출제위원장은 수능 당일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험지를 받아본 학생들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쉬운 수능만 믿고 교육방송(EBS) 교재만 풀었던 학생들이 속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난이도에 대한 체감도가 집단에 따라 달라서 재수생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쉬운 수능이면 ‘물수능’, 어려운 수능이면 ‘불수능’, 번갈아 나오면 ‘물불수능’이라고 한다. 수능 난이도가 큰 뉴스가 되는 곳은 대한민국뿐인 것 같다. 정부는 수능 난이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에 목을 맨 이명박 정부는 EBS 교재 70% 연계 및 수능 만점자 1%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수능 점수가 올라가고 학생들이 EBS에 몰리면서 사교육기관 주가가 폭락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