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수능성적 발표]영역별 표준점수 분석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도는 예측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지난해 수능이 ‘사상 최악의 물수능’ 평가를 받을 정도로 쉬웠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시 수능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어렵게 출제할 뜻이 없음을 여러 번 밝혀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수능 전 치러진 두 번의 모의평가도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인 과목이 속출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이 때문에 ‘쉬운 수능’을 기정사실로 여겨 온 수험생들은 예상치 못한 ‘불수능’에 허를 찔렸다.
○ 인문·자연 모두 영어 성적 중요… 과탐도 변수 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 자료에 따르면 만점자 비율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과목은 인문계가 응시하는 수학A형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응시자의 2.54%(1만250명)가 만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0.31%(1206명)로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만점자 수가 가장 크게 줄어든 과목은 영어(1만9564명→2709명)로 1만6800여 명이 줄었다.
인문계는 수학과 영어, 자연계는 영어와 과학탐구 과목에서 대입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살펴보면 인문계는 수학 A형이 지난해 131점에서 올해 139점으로 8점이나 올랐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영어는 4점(132→136점)이 올랐고 국어B는 3점(139→136)이 내렸다. 입시전문가들은 난이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수학과 영어가 올해 인문계 입시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탐구는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평가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63인 한국사와 세계지리는 사탐 중 가장 쉬웠다. 반면 경제(69점)와 동아시아사(68점)는 다소 어려운 축에 속했다.
자연계는 영어(132→136점)가 가장 어려워졌고 국어 A형(132→134)과 수학 B형(125→127)은 똑같이 2점씩 올랐다. 수학은 지난해보다 어려워지긴 했지만 국어와 영어에 비하면 여전히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난도가 낮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자연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탐구 영역이 입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과탐은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과목마다 난이도 차가 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쉬운 물리Ⅱ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63점인데, 가장 어려운 생명과학Ⅰ은 76점으로 무려 13점 차가 났다. 생명과학Ⅰ은 만점자 비율이 0.04%(53명)에 불과해 올 수능 전 영역 중 가장 어려웠다. 자연계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수능이 아니라 경시대회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자연계는 영어, 과탐, 수학B, 국어A 순으로 최상위권에서 변별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랍어, 절반 넘게 틀려도 1등급… 대책 필요 한편 제2외국어 영역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아랍어Ⅰ(3만7526명)은 출제 문항의 절반을 넘게 틀려도 1등급에 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아랍어Ⅰ은 50점 만점(원점수)에 23점만 받아도 1등급이었다. 다른 제2외국어 과목과 난이도를 비교했을 때 아랍어의 표준점수 최고점(100점)은 러시아어Ⅰ(71점), 중국어Ⅰ(67점), 독일어Ⅰ(66점), 프랑스어Ⅰ(65점) 등에 비해 무려 30여 점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제2외국어 공부를 기피하고 ‘벼락치기’로 수능에 대비하는 학생들이 대거 아랍어에 쏠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중하위권 학생들끼리 모여 경쟁하다 보니 1등급 커트라인이 다른 과목에 비해 심할 정도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미 고교 현장에서는 일반고 학생들이 외국어고나 특목고 학생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전통적인 외국어를 피하고 아랍어, 베트남어 등에 몰리는 문제가 지적된 지 오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아랍어는 단순히 찍어서 10점 정도만 받아도 중간 등급(5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