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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모 전문기자의 폰카시대]일상이 최고의 기록

입력 | 2015-12-02 03:00:00


가족사진은 자녀들에게 소중한 의미로 남는다.

지금은 폰카 시대다.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해 사는 것처럼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꺼내 든다. ‘우리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의미의 호모 포토그라피쿠스(Homo Photographicus)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이유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라면박스만큼 큰 사진기 앞에서 10분 이상 꼼작 않고 앉아 있어야 초상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콩알만 한 렌즈와 아기 손톱만 한 이미지센서로 이뤄진 이미지 모듈로 자유자재로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촬영 기능은 얼마나 대단한가.

카메라는 앞으로 점점 더 작아질 것이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안경 속으로, 또는 우리 몸속의 어딘가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메라가 어떤 형태로 진화하든 사진의 본질인 기록하고 재현하는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일상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첩을 보면 기념사진은 넘쳐 나지만 일상생활을 기록한 사진은 별로 없다. 일상의 기록이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사진들조차 일상의 기록이 아니다. SNS의 사진들은 각종 기념일, 자주 다니는 거리의 모습, 등산이나 여행 때 접한 풍경, 카페나 식당의 음식 같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진정한 일상이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일터에서 얻을 수 있는 사진이다. 너무나 단조롭고 평범해서, 뭐 이런 것까지 찍었느냐고 생각할 정도의 것들이다.

우리의 모습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개인 사진은 그 사람의 소중한 역사가 된다. 일상의 기록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찍는 게 가장 가치 있다. 그래서 가족사진, 직장 동료들과의 사진, 친구들과 함께한 스냅사진을 많이 찍어 두는 게 좋다. 10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하는 모습을 찍어 본 적이 있는가.

아인슈타인은 어느 사진사에게 “당신은 외과 의사처럼 훌륭한 직업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외과 의사는 메스를 잡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만, 당신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사람의 삶을 보존해 주고 있소. 사진은 나이를 먹지 않으니 말이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지만 사진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것 중 하나다. 일상을 기록한 사진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순간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되살려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끝-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