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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대우조선, 이상한 ‘구조조정 이분법’

입력 | 2015-12-03 03:00:00


강유현·산업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열린 대리·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대규모 감원은 없지만 조직에 긴장감이 필요하다”며 “사무직 저성과자에 대해 인적쇄신(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정 사장에게 “왜 사무직만 퇴직 대상이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사장은 “생산직으로 입사한 직원은 자신의 기능을 기반으로 고용 안정을 선택했고, 사무직 직원은 사장까지 승진할 수 있는 비전을 선택한 것”이라며 “비전을 선택했으면서 고용 안정까지 원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대우조선 안팎에서는 경영진의 ‘노조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생산직을 구조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강성 노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10월 채권단이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임금 동결과 파업 자제를 요구하자 이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면서도 ‘생산직 구조조정 반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대우조선은 생산직은 신입 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정년퇴직을 통해 인력을 자연적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묘안’을 냈다. 그리고 차장·부장급 사무직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간 재계는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유연성이 필수라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대우조선이 공적자금 4조2000억 원을 지원받으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미 조선업계는 강성 노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초 13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지만 이 중 생산직은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2011년 한진중공업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이는 이른바 ‘희망버스’ 사태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 특성상 생산직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정해진 속도로 일하는 자동차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근로자가 열심히 일하면 배를 더 빨리 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직원들의 사기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혈세를 지원받는 대우조선이 ‘밑 빠진 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사무직과 생산직을 불문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위기가 ‘철밥통 노조’라는 오명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정 사장은 생산직 구조조정이 어려운 이유는 노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았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