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면 할수록 승산은 없고 비용과 희생만 불러오는 정책에서 돌아서지 못하는 상황,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사결정 오류와 비합리성은 설명하기 어려운 ‘퍼즐’ 중 하나였다. 국가 간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을 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조너선 렌션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최근 한 논문에서 실험 연구를 통해 권력과 지위 상실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의사결정의 오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지위 유지와 권력의 영향, 두 가지 모두를 살펴보기 위해 실험 대상 그룹을 둘로 나눠 그 결과를 비교했다. 사회적으로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정부나 군의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최고지도자과정 재학생 77명과 보스턴 지역의 일반인 그룹 6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하게 하는 방식이었는데, 컴퓨터가 무조건 이기도록 설정돼 있어, ‘손해를 감수하고 언제쯤 포기할 것인가’가 주된 점검 포인트였다. 게임 직전에는 먼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대상자들을 재분류해, ‘본인의 직장에서 지위가 추락할 수 있는 상황’, ‘지위가 상승할 수 있는 상황’, ‘변동 없는 상황’을 가정토록 했다.
실험 결과 ‘지위와 체면 상실에 대한 불안’이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게임에 임하기 전에 직장에서 지위가 추락하는 상황을 서술하도록 한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잃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동일하게 가상으로 지위 추락의 경험을 거쳤더라도 최고지도자과정에 있는 학생, 즉 사회적으로 상당한 권력이 실제 있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실패 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규모가 큰 조직을 책임져 봤던, 즉 리더십의 경험이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정감 없는 리더, 기반이 약한 리더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