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세티아(왼쪽)와 제라늄처럼 실내에서 생존이 가능한 식물은 꺾꽂이를 통한 증식이 쉽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문화라는 말을 우리는 아주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실은 집안에서 식물을 돌보고 키우는 것 자체로 문화생활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기초적인 일이 요즘의 우리에게는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경작과 재배는 농부나 정원사의 일로만 돌린 채 우리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이 근본을 우리가 모르고 살아도 될까?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 사전의 의미를 굳이 빗대지 않더라도 이 근본을 잊은 채 사는 것은 문화를 잃어가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작까지는 아니어도 집안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증식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식물은 씨앗에서 발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잘라 일종의 복제 식물을 만드는 좀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꺾꽂이’라고 하는데 모든 식물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식물이 간단한 꺾꽂이로 복제가 가능하다. 집안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실내가 늘 18도 이상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유리 온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식물의 성장은 봄부터 여름까지 왕성해서 자연 상태에서라면 이 시기에 증식도 활발하지만 사람에 의한 증식은 늦가을부터 겨울이 좋은 시기가 된다. 일단 정원 일이 줄어들 즈음이고 난방기기의 발달로 실내가 전보다는 훨씬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예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망설여진다면 실패 확률이 적은 제라늄이나 포인세티아로 시작해 볼 수 있다. 식물 증식을 직접 해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는 내 손으로 식물을 번식시킨다는 기쁨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곳에 전설의 나무들이 자란다. 그런데 그 전설 중에는 어느 대사의 지팡이로 쓰였던 나무가 꽂아 두니 자라서 오늘날의 거목이 됐다는 내용이 종종 발견된다. 전설이기에 어쩔 수 없는 과장도 있지만 마냥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볼 수는 없다. 산행 중 인근에 있던 나뭇가지를 잘라 지팡이로 삼았다면, 그리고 그걸 땅에 꽂아 두었다면 정말 순이 새로 나와 나무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꺾꽂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정식으로 나무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성을 들이고 가능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흙과 온도, 물 주기 등에 신경을 쓸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엔 서양인들이 정의하는 정원은 없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서양인들이 말하는 정원의 정의에는 식물을 키우고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등의 인위적인 원예활동도 포함된다. 우리에게 이 같은 원예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것은 수려한 자연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주거환경은 풍수지리를 논하던 그 옛날과 너무 멀어졌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서양처럼 이제는 정원을 문화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