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과 장편 잇달아 낸 김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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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사건 없는 일상’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소설가 김엄지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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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문학과지성사·위)와 장편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민음사·아래)를 잇달아 낸 그를 최근 만났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인물,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그냥 있는’ 게 그의 소설이다. 그런데 그 ‘별 얘기 없는’ 내용이 빠르게 읽히면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김 씨에게 뭘 말하려는 것인지 물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걸 겪어야 했다. 현실이 힘들더라. 그러다 보니 소설 속에서 격렬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표제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산으로 간 ‘그’가 바위를 기어오르고 넘어 다이빙하기 좋은 계곡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마침내 계곡을 찾긴 하지만 정작 다이빙은 하지도 않은 채 소설은 끝난다. 장편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에선 주인공 E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그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가. 행동을 할까 하다가도 마음을 접게 되고. 사회가 돌아가는 게 나와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김 씨 소설의 ‘사건 없음’은 연애, 결혼, 취직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젊은이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도서관에서 배수아 씨의 장편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읽은 게 처음으로 책을 완독한 경험이었다. 이후 도서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작가의 꿈이 생겼다. 조선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선 습작마다 칭찬을 받았다. 김 씨는 “요즘은 ‘없음’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찾는다는 느낌이다. 새 장편을 쓸 계획인데, 겁내거나 회피하지 않고 사건과, 세상과 부딪쳐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