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티켓파워 센 타자가 연봉 많아… 한국은 반대로 빅 10중 투수가 7명 구원투수가 선발투수보다 더 받기도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때 가장 높게 평가하는 건 ‘티켓 파워’다. 미네소타가 한국 시장을 노리고 박병호(29)에게 투자한 것과 달리 테임즈(29)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없는 이유가 바로 티켓 파워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제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투수라도 매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타자들 몸값을 넘어서기 어렵다. 실제로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 사례 10명 중에서 투수는 두 명밖에 없다. 순위도 8, 9위다.
그나마 보스턴이 2일 왼손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0)와 역대 최고 투수 몸값인 2억1700만 달러(약 2525억8800만 원)에 FA 계약을 맺어 두 명으로 늘어났다. 그전까지는 클레이턴 커쇼(27·LA 다저스)뿐이었다. 2억1000만 달러에 계약한 맥스 셔저(31·워싱턴)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투수 세 명은 모두 선발 투수다.
그러나 사실 한국도 티켓 파워를 기준으로 하면 구원 투수보다 선발 투수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게 맞다. 지난겨울 총액 84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두산 선발 장원준(30)이 올 시즌 안방경기에 등판했을 때 평균 관중은 1만6125명으로 팀 평균(1만5561명)보다 564명이 많았다. 두산의 관중 1인당 평균 수입을 토대로 어림잡아 보면 장원준은 올해 입장료로 구단에 약 9543만 원을 벌어다 줬다.
연봉을 받는 과정도 다르다. 메이저리거들은 연봉을 받으면 세금, 에이전트 비용 등을 먼저 결제해야 한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는 “전체 금액 중 47% 정도를 내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외국인 선수는 입단 2년 차까지 20%, 그 뒤로는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계약 내용을 세무당국에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세율이 40%로 올라가기 때문에 ‘다운계약서’를 쓰기도 어렵다.
반면에 한국은 외국인 선수 영입 때마다 발표 금액이 ‘세후 기준’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외국인 선수들 숙소 역시 ‘구단 제공’이 일반적이다. 한화는 지난해 로저스 어머니의 어깨 치료 비용까지 부담했다. 일본 언론에서 몸값 300만 달러 이야기가 나온 로저스가 정말 ‘정 때문에’ 한화와 재계약한 건 아닐 확률이 높은 이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